[column of the week ]

다시 성장을 위대하게

입력 2017-09-07 17:34 수정 2017-09-07 18:12

지면 지면정보

2017-09-08B2면

트럼프 '세금전쟁' 개시 선언

좌파는 '포퓰리즘' 매도하지만 용기있는 '성장 친화 정책'
"법인세 인하와 세제 간소화가 더 많은 일자리 만들 것" 호소
중산층 표 놓치지 않으려는 공화 의원 '변덕' 극복이 관건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2014년 5월 일련의 이론가와 정치인들이 워싱턴DC에 모였다. 새로운 보수주의 성명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 성명은 따분하고 낡은 레이거노믹스와의 결별을 주장했다. 대신 중산층을 따뜻하게 포용하는 정책을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분명 이 성명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서 연설을 통해 자신의 경제개혁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세금전쟁’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과표 구간을 단순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혁안을 발표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그의 연설 내용에 대해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포퓰리스트’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하지만 진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레이건 식의 세제개혁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좌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매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배너티 페어(Vanity Fair)라는 잡지는 ‘트럼프의 새로운 세금 신용사기: 포퓰리즘으로 금권정치를 팔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트리클 다운’이란 구시대적인 이론을 (트럼프가) 다시 들먹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전략가 로버트 스럼은 폴리티코에 실은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과 상위 1%를 위한 세금 감면을 마치 국민을 위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의 이익에 반해서 투표하도록 속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비슷한 속임수를 다시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비판들은 모두 근거가 없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공화당이 오랜 세월 잊고 있던 성장 친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정치적 기준에 비춰볼 때 성장 친화 정책은 포퓰리즘이라고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전혀 없다. 좌파들은 수십년간 세금 관련 문제를 특정 계급의 복지 문제로만 정의해왔다. 공화당은 그동안 종종 부자들의 꼭두각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자유롭고 공정한 세금 제도에 대해서 과감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 못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공화당은 포퓰리즘적인 세금 정책을 펼쳐왔다. 중산층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화당이 기반을 두고 있는 경제학과 강령을 포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좌파들이 분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에 매기는 법인세를 대폭 삭감하길 원한다. 그렇게 하면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둔 천문학적인 이익을 미국으로 가져올 것이라고 그는 기대하고 있다. 그는 복잡한 세금 제도가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을 왜곡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금 제도를 간소화하길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6년 레이건 대통령의 소득세 인하 정책을 열렬하게 지지하고 있다. 그는 그러나 중산층에 대해서는 세금 감면 확대 정도만 시행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프링필드 연설에서 자신의 딸 이방카가 제안한 보육예산 확대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의 연설 대부분은 ‘공급측 경제학’에 대한 찬송가나 다름 없었다. 공급측 경제학이라는 ‘주술’을 영원히 미국의 정치무대에서 추방했다고 믿었던 민주당원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좌파를 더욱 깜짝 놀라게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케팅 기술이다. 저널리스트들은 늘 포퓰리즘적인 정책과 포퓰리즘적인 정책 홍보 방식을 구분하지 못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미국의 잊혀진 사나이’ ‘정글의 아웃사이더’ ‘미국 우선주의자’라고 정의했다. 그 결과 그는 일반 미국 대중이 엘리트주의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던 세금 감면 정책을 주장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 됐다.

미주리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좌파의 계급 복지 모델과 결별했다. 그는 주식회사 미국을 위해 일하고 있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위한 세제개혁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세제개혁은 중국에 대항해 싸우는 ‘우리 노동자들’ ‘우리 회사들’ ‘우리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설파했다. 그는 직접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법인세 인하 문제를 노동자들의 번영과 연결지었다. 법인세 인하 조치는 미국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 인상에 기여할 것이란 게 트럼프의 주장이었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용기가 공화당 의원들의 변덕스러움을 극복할 수 있는가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비난을 피해가기 위해 법인세 최고 세율만 인하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유타주 상원의원인 마이크 리와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는 여전히 자녀세액공제를 확대함으로써 중산층을 매수하려는 ‘값비싼’ 계획에 집착하고 있다.
세제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하원의 구시대적인 법안 처리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 같은 개선작업에도 머뭇거리고 있다. 이 소심한 영혼들은 법안이 어떻게 채점되고, 베이스 라인이 계산되고, 예산을 책정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만약 공화당이 하원의 법안 처리 절차 이슈를 폭로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세제개혁안 통과는 행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헬스케어 법안 개혁에는 실패했다. 의회와 대중의 충분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백악관은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의 대변인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고수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그의 첫 ‘사격(미주리 연설)’은 공화당으로 하여금 전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또 성장 경제학을 팔아먹을 귀중한 마케팅 포인트를 제공했다. 만약 공화당 의원들이 현재 자신들이 의회에서 가지고 있는 힘을 이용해 세제개혁안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그들은 민주당의 계급 복지 포퓰리즘의 승리를 인정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원제=Making Growth Great Again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킴벌리 스트라셀 <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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