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 한경 DB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와 진상조사팀을 꾸렸다. 지난 정부의 국정교과서 정책 결정·집행 시 위법 및 부당행위 여부를 들여다보고 책임 소재를 밝히기로 했다. 추진 경위부터 관련 예산 편성·집행, 행정조직 구성·운영까지 국정화 과정 전반을 점검한다. 말하자면 ‘교육적폐 청산’ 작업이다.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소위 ‘국정교과서 부역자’가 타깃이 되는 모양새다. 국정교과서 반대 단체 모임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최근 “국정교과서 부역자에 대한 인적 청산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냈다. 교육부 내 국정교과서 관련 부서에 근무했던 김모 과장, 박모 국장 등의 실명을 거명하며 이들을 찍어내라는 주장이었다. 진상조사위 설치에 이런 여론이 반영된 것 아니냐고 묻자 교육부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고만 했다.

문제의 김 과장은 지난달 인천 지역 중학교 교장으로 발령받았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인사가 철회됐다. 앞서 박 국장도 충청권 대학 사무국장으로 발령이 났지만 해당 대학 구성원 반발에 떠밀리듯 교육부 산하 단체로 자리를 옮겼다. 국정교과서 작업에 관여한 금모 실장 역시 이달 1일자로 교육부를 떠났다. 국정교과서가 ‘살생부’가 된 것이다.

사실관계가 달라도 국정교과서 관여 인사라면 미운털이 박혔다.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최모 교장은 중국의 한국국제학교 교장에 임명됐다가 특혜 시비에 휩싸였다. 그는 진보 성향 교육감이 있는 충남교육청이 추천했고 공모 절차에 따라 선발됐을 뿐이다. 김모 과장의 경우도 인천교육감 대행인 교육부 관료 출신 부교육감이 ‘제 식구 감싸기’ 했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정작 해당 부교육감은 교육부 안에서도 국정교과서 반대 목소리를 낸 인물이었다.
공무원은 지시에 따라 일한다. 한 교육부 고위공무원은 “우린들 하고 싶어서 했겠느냐”며 하소연했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호오를 떠나 당시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정부 ‘국정과제’였다는 얘기다. 국정교과서가 ‘절대악’이라고만 하기에는 2015년 확정고시 당시 찬반 여론은 거의 반반이었다. “사후적 평가, 결과론적 단죄 아니냐”는 항변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물론 국정교과서는 진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조사 결과 그릇된 부분이 있었다면 바로잡아야 하고, 관련자 중에서도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교육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재발 방지 작업 역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백서’를 펴내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단 부역자로 낙인찍어 소탕하는 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근본 문제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시 청산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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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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