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처럼 암세포 추적·파괴하는 방사성동위원소 활용한 치료 주목
희귀암 맞춤치료 위한 투자 늘려야

강건욱 <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핵의학 >

한국은 올해 안에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암, 뇌·심장질환 환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어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게 됐다. 특히 암은 치료과정에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큰데, 환자의 불편과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고 발병 부위만을 정확하게 진단·치료하기 위해 방사선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우리 의료기술 덕분에 이제는 해외에서 의료관광을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삶의 질 향상과 바이오경제 생태계 창출 지원에 필요한 ‘방사선 미사일’ 치료 등 저선량, 고정밀, 환자맞춤형 진단 및 치료와 같은 방사선 의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필요하다. 췌장암으로 투병 중이던 스티브 잡스는 2009년 스위스로 건너가 임상시험 중인 방사선 미사일 치료를 받았다. 그는 췌장에 발생한 신경내분비 종양이라는 희귀암을 앓고 있었고, 이 병은 소마토스타틴 수용체란 바이오마커가 과(過)발현된 종양이다. 잡스를 치료한 방사선 미사일 요법은 소마토스타틴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 단백체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부착한 치료제다. 정상 장기는 놔두고 해당 암에만 선택적으로 가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이 치료할 수 있다.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 정밀의학이다.

의료에 사용하는 방사성동위원소는 진단용과 치료용으로 나눌 수 있다. 진단용은 감마선을 방출해 양전자단층촬영(PET) 등 3차원 전신 핵의학영상을 얻는 데 쓰인다. 치료용은 베타선이나 알파선을 방출해 암세포, 염증세포 등을 파괴하는 용도다. 감마선과 베타선을 동시에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면 치료와 영상진단을 동시에 수행하는 테라그노시스가 가능하다. 정확한 치료를 위해 치료제의 인체 내 분포를 치료할 때마다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럽에서는 20년 전부터 임상에 사용됐지만 한국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그래서 환자들은 독일, 말레이시아 등으로 원정치료를 가고 있다. 그 이유는 놀랍게도 세계적으로 치료제로 승인받은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없어 시장성이 낮기 때문에 제약회사는 희귀암 신약개발을 꺼린다. 이 치료제는 특허가 만료돼 누구나 생산할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어느 제약회사도 투자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한 연구개발사업으로 이 치료제에 대한 국산화와 전임상시험을 마쳤다. 그러나 다음 단계로 임상시험에 투자할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호주 등은 임상시험을 거쳐 시판허가를 받지 않은 약도 희귀질환의 경우 의사의 책임 아래 사용할 수 있는 ‘동정적 치료제도’가 있지만 미국과 한국은 허가 받지 않은 약은 사용할 수 없다. 신약개발에 상업적 가치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약도 사장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과 유전체분석 기술로 질환에 대한 표적은 점점 다양하게 발굴된다. 그러나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시장은 오히려 작아진다. 더욱 정밀한 의료기술이 시장성이 없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주로 인정하는 자료는 많은 환자를 모집해 통계적 검증을 하는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의 결과다. 이는 환자군과 비교하는 대조군 간의 평균치 차이만을 검증함으로써 블록버스터 약물에는 적합하지만,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치료제 검증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정밀의학 시대에 걸맞은 바이오마커를 기준으로 효과가 있을 환자군을 미리 선별해 치료효과를 판정하는 새로운 검증법이 필요하다.

방사선 미사일 기술은 희귀암뿐만 아니라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급격히 늘고 있는 전립선암에 대해서도 표적이 발견돼 개발 중이다. 방사선 정밀의학은 아직은 시장실패 영역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과 공익적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강건욱 <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핵의학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