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 '스팀'서 일간 동시 접속자수 1위

한국 게임시장의 돌연변이
국산게임 주류는 대부분 무료…아이템 판매로 매출 올려

배틀그라운드는 '유료 패키지'
29.9달러짜리 800만 다운로드…"개발 단계부터 해외공략 목표"

'미다스의 손' 장병규 블루홀 의장
네오위즈·첫눈 등 성공 창업…'테라' 등 게임에서도 대박
임원실 없는 수평적 기업문화

장외주가 50만원대 급등…기업가치 3조5400억원 육박
중견 게임업체 블루홀의 총싸움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가 세계 최대 PC온라인게임 플랫폼인 미국 ‘스팀’에서 하루 최대동시접속자 수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업체가 만든 게임이 스팀에서 해외 유명 게임을 제치고 동시접속자 수 선두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루홀을 이끌고 있는 장병규 의장은 네오위즈, 첫눈 등 인터넷 업체를 창업해 성공적으로 매각한 데 이어 테라, 배틀그라운드 등 게임으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미다스의 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루 87만명 이용하는 ‘K게임’의 힘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의 이용자가 참여해 가상의 섬에서 1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우는 ‘배틀로열’ 장르의 총싸움게임이다. 이 게임은 발매 전부터 한국 게임 시장의 ‘대세’를 철저히 거스른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주류는 ‘리니지’ 등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가장 일반적인 수익모델은 게임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뽑기형 아이템으로 매출을 올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이 같은 한국 게임의 ‘성공 방정식’을 따르지 않았다. 개발 단계부터 철저히 해외에서 통할 만한 게임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배틀그라운드는 1인칭 총싸움게임(FPS) 장르인 데다 돈을 내고 구매하면 계속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패키지 게임이다. 게임 내에서 일부 아이템을 유료로 팔지만 의상 등 게임의 난이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만 들여놨다.

지난 3월 스팀을 통해 ‘얼리액세스’ 판을 공개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얼리액세스는 이용자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개발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판매가는 29.9달러(약 3만3400원)로, 출시 5개월째인 지난 21일 8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해 2억4000만달러(약 269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장병규 블루홀 의장은 “스팀에서 FPS 장르 게임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김창한 블루홀 PD의 분석을 바탕으로 배틀그라운드 개발을 시작했다”며 “개발 실무를 담당하는 PD들의 의견을 존중했더니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PC방 정보 사이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는 지난 27일 기준 PC방 점유율 10.73%를 기록했다. 국내 대표 총싸움게임인 넥슨의 ‘서든어택’(5.54%)을 제치고 종합 3위에 올랐다.

연쇄 창업 성공한 ‘미다스의 손’

블루홀은 1세대 벤처사업가인 장병규 의장이 2007년 창업한 회사다. 장 의장은 인터넷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 네이버에 인수된 검색사이트 ‘첫눈’ 등을 만들어 매각한 스타 창업자다. 이후 블루홀을 창업하고 게임사업에 뛰어들면서 2011년 내놓은 MMORPG ‘테라’를 흥행시켰다.

그는 엔젤투자자로도 잇달아 성공 사례를 낳았다. 2010년 벤처캐피털(VC)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창업하고 수십 개 벤처에 초기 투자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도 본엔젤스의 투자를 받았다.

장 의장은 글로벌 진출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2008년 북미 지역 게임 배급 자회사 엔매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면서 해외 문을 두드렸다. 많은 비용을 투자했지만 결과적으로 배틀그라운드가 성공하는 데 초석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매스엔터테인먼트 운영 경험 덕분에 미국 게임 시장과 스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 의장은 “블루홀로 이루고 싶었던 꿈 중 하나는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짜리 지식재산권(IP)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배틀그라운드 덕분에 꿈을 이뤘다”며 “테라, 엔매스엔터테인먼트, 블루홀피닉스 등을 포함한 수많은 도전과 실패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장은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블루홀엔 임원실이 따로 없다. 대표와 신입사원이 나란히 앉기도 한다. 대표를 포함해 전 사원이 같은 크기의 책상에서 근무한다.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는 직원들과 경영 상황을 공유하는 행사를 연다. 이 자리에서 경영진은 익명으로 질문을 받고 대답한다.

배틀그라운드 흥행 덕분에 블루홀 기업가치도 급등했다. 장외주식 정보 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비상장사인 블루홀 장외 주가는 지난달 초 10만원대에서 현재 50만원대로 급등했다. 추산 기업가치가 3조5400억원에 육박한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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