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막걸리 세계화, 이야기와 경험을 팔아야

입력 2017-08-25 18:36 수정 2017-08-26 02:10

지면 지면정보

2017-08-26A31면

"영세성 못벗는 막걸리 세계화 요원…고품질화에 문화적 가치 더해야"

배혜정 < 한국막걸리협회장·배혜정도가 대표 >
막걸리와 사케는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주다. 쌀을 기본으로 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참 다른 술이다. 막걸리가 한국 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반면 사케는 일본 시장을 비롯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시장에서도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막걸리가 인지도를 높여가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지역화에서 찾을 수 있다. 막걸리의 세계화를 외치면서도 국내 시장에서 자립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먼저 맛과 품질에서 앞선 막걸리를 생산하는 국내 산업기반이 확고히 구축되고 국내 소비자가 많이 찾는 선순환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막걸리 붐이 일 만하면 독과점 업체가 생기고 이어 업체 간 가격 경쟁으로 제 살을 깎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막걸리 세계화는 새로운 수출산업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역의 특성을 담은, 지속가능한 국가문화적 콘텐츠 사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그것이다. 일본은 사케를 단순히 술이 아니라 역사적 문화가치로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외국의 거물급 인사들이 방문하면 자국 고유의 문화를 담아 사케를 대접한다. 고급화와 역사 문화가 어울린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니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1000개가 넘는 지역 막걸리가 있는데 여전히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통미와 소박한 분위기를 강조한 탓에 고급화 전략을 앞세우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좋은 경험과 가치를 팔아야 하는데, 시장에서는 ‘막걸리는 싸야 한다’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막걸리 시장을 규제하기보다 품격을 높이고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주류로써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은 민간단체인 일본주주서비스연구회와 주조장인연구회연합회에서 사케의 발전을 위해 ‘일본산 청주 원산지 호칭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150여 년 전부터 와인을 5개 등급으로 구분해 엄격한 품질 기준을 적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3년 전 설립된 한국막걸리협회는 일본 현지에 막걸리 홍보를 위해 막걸리 갤러리를 마련하고 인재를 양성하고자 경기대 대학원에 양조경영과를 설치하는 등 막걸리 산업화 및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막걸리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제안하고 있다. 내달 1~3일 경기 가평 자라섬에서 열리는 ‘자라섬 막걸리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올해로 3회째인 이 축제는 ‘한국의 옥토버페스트’를 표방하고 있다.

토머스 길로비치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험 마케팅’을 강조하며 실험을 통해 소비자는 물건보다 경험을 쌓기 위해 돈을 썼을 때 더 큰 행복을 느끼고 그 감정이 더 오래 유지된다는 점을 입증한 바 있다. 막걸리가 지역의 특성을 담는 데서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국가문화적 콘텐츠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특별하고도 기분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막걸리 업계 관계자와 정부는 무엇보다 소비자가 막걸리와 함께 행복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이야기와 가치를 제공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배혜정 < 한국막걸리협회장·배혜정도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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