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라빠르트망' '장수상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프랑스 로맨스영화부터 2015년 개봉한 근작까지
실감나는 공연예술로 탄생

'라빠르트망' LG아트센터 무대
충무아트센터선 '지구를…' 공연
일본 영화 원작 '조제 호랑이…' 눈길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인 연극 ‘지구를 지켜라’.

화제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연극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촬영과 편집을 거쳐 스크린을 통해 나온 영화가 시공간의 현장성을 특징으로 하는 공연예술로 다시 태어난다. 20여년 전 영화관에 걸린 추억의 프랑스 영화부터 2015년 개봉한 국내 작품까지 원작의 종류도 다양하다.

◆프랑스 감독 수소문해 라이선스 받아

프랑스 감독 질 미무니 작품으로 1997년 개봉한 영화 ‘라빠르망’(L’appartment)은 고선웅 연출의 손을 거쳐 연극 ‘라빠르트망’으로 재탄생한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나를 사랑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는 원작 영화는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뒤섞인 오묘한 스토리가 특징이다. ‘이대로 잊혀지기엔 아까운 작품’이라고 생각한 고 연출이 미무니 감독을 수소문해 두 번 만났고 무대화를 위한 라이선스를 얻어냈다.

배우 오지호가 주인공 막스 역으로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한다. 막스를 사로잡은 매혹적인 여인 리자 역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김주원이 맡는다. 김주원이 연극에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10월1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려 11월5일까지 공연한다.

고선웅 연출은 “좋은 영화를 연극으로 잘못 만들었다간 욕만 먹기 십상이지만 무대에서 마법처럼 실감나는 장면을 펼친다면 새로운 의미가 있다”며 “‘라빠르망’은 한 편의 연극 내지 뮤지컬 같은 작품이라 무대 언어로 재가공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영상·조명으로 시공간 제약 극복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인 ‘지구를 지켜라’는 2003년 개봉한 같은 이름의 공상과학(SF) 스릴러 영화를 바탕으로 한다.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으로 그에게 대종상 대한민국영화대상 청룡영화상 등의 신인감독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자신이 겪는 고통과 불행이 외계인 때문이라고 믿는 병구와 그에게 외계인으로 몰려 납치된 강만식의 치밀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두뇌싸움을 그린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 재연한다. 연출가 이지나가 연극화 작업을 맡았다. 병구와 만식의 심리게임 구조를 그대로 들여와 영화가 보여준 미스터리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시간과 공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넘나드는 원작 내용을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에 구현하기 위해 영상과 조명을 활용했다. 혼자서 10명 이상의 배역을 소화하는 멀티맨을 배치해 특정 상황을 풍자하는 효과를 꾀하기도 했다. 10월22일까지 공연한다.

노년의 가슴 뭉클한 사랑을 그리는 연극 ‘장수상회’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박근형 윤여정이 주연으로 연기해 2015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가 원작이다. 위성신이 연출한다. 까칠한 신사지만 사랑 앞에선 어쩔 줄 모르는 연애 초보 김성칠 역은 배우 신구가 맡는다. 수줍음 많으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당찬 꽃집 여사장 임금님 역은 배우 손숙과 김지숙이 번갈아 연기한다. 다음달 15일부터 10월8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CJ가 지원하는 日영화 원작 연극

일본 영화 특유의 절제된 영상미와 담담한 감정처리가 특징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동명의 연극으로 제작된다. 2004년 개봉 당시 단 5개 스크린에 걸렸지만 관객의 반응이 뜨거워 10주간 상영하며 4만여 명의 관객을 모은 작품이다.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다리가 불편해 거의 외출한 적이 없는 조제와 대학을 갓 졸업한 쓰네오가 사랑에 빠졌다가 헤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연극은 다음달 8일부터 10월29일까지 서울 동숭동 CJ아지트 대학로점 무대에 오른다. CJ문화재단이 제작을 지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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