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패소땐 최대 30조원 여파"… 재계 '술렁'

입력 2017-08-24 16:16 수정 2017-08-24 17:12
기아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1심 선고일이 오는 31일로 확정되면서, 당사자인 기아차뿐 아니라 재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만약 재판부가 노조의 요구를 모두 인정할 경우, 기아차는 당장 3조~5조 원의 비용을 떠안게 되고 재계 전체로도 20조~30조 원대의 노동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통상임금 소급 지급에 따른 기아차 경영 타격 정도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가 노사 간 '희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 '기아차 경영 타격' 정도가 관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일·주·월 단위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이 통상임금 개념이 중요한 것은, 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초과근로수당), 해고예고 수당, 연차휴가 수당, 퇴직금 등이 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기아차 노조는 소송을 통해 사측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주고, 상여금 등이 포함된 새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과거 3년(임금채권 기한)간 받지 못한 각종 통상임금 연동 수당을 계산해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사측은 지금까지 해마다 임금협상에서 노사합의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던 만큼 '신의성실 원칙(이하 신의칙)'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할 수 없고, 인정되더라도 과거 분까지 소급해서 줄 필요는 없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을 말하는데, 실제로 2013년 대법원은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신의칙'을 근거로 과거 분 소급 지급을 막은 바 있다.

과거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해 임금 수준 등을 결정했다면, 이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더라도 이전 임금을 새로 계산해 소급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이번 기아차 소송에서도 다른 수당은 몰라도 정기상여금의 경우 통상임금의 조건으로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충족하는 만큼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가장 큰 쟁점은 재판부가 소급 지급에 신의칙을 적용할지 여부다.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같은 통상임금 소송이라도 심급에 따라 신의칙 원칙이 인정됐다가 부정되고, 반대로 부정됐다가 인정되는 등 재판부마다 판결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항공 통상임금 소송의 경우 1심에서 부정된 신의칙이 2심에서는 인정됐고, 동원금속의 경우 1심 천안지원이 인정한 신의칙을 2심에서 대전고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의칙 적용의 조건으로서 '통상임금 지급으로 기업이 중대한 재무·경영 위기를 맞게 되는지'가 고려되는 만큼 결국 재판부가 기아차의 경영·재정 상태를 어느 정도로 판단하는지에 따라 기아차 통상임금 1심의 승패가 좌우될 전망이다.

◇ '전부 소급' 결정 땐 기아차, 곧바로 대규모 적자
만약 재판부가 전부 소급을 명령할 경우, 최대 3조 원(회계평가 기준)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게 기아차의 주장이다.

기아차 추산에 따르면 우선 2011년 10월 2만7천458명의 기아차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2008년 8월~2011년 10월(3년) 임금 소급액만 6천9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로 2014년 10월 13명의 근로자가 통상임금 대표 소송을 통해 주장한 2011년 10월~2014년 10월(3년) 임금 소급액 약 1조1천억 원에 대한 지급 의무도 생긴다.

이 두 소급분 1조8천억 원에, 통상임금에 연동되는 퇴직금 등 간접 노동비용 증가분까지 모두 더하면 최대 3조 원에 이른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가 승소할 경우, 당연히 2014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받지 못한 임금까지 소급 지급해달라는 소송이 추가로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패소에 따른 기아차의 비용 규모는 최대 5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1심 판결이기 때문에 당장 기아차가 이 막대한 재원을 모두 마련해 지급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판결 시점(3분기)부터 이 예상비용을 회계장부에 '충당금' 형태로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상반기 분기당 평균 약 4천억 원 정도였던 기아차의 영업이익을 고려할 때, 3조 원의 비용을 3분기에 한꺼번에 반영하면 2조6천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기아차의 당기순손실도 비슷한 규모로 커지면, 기아차 지분을 33.88% 가진 현대차도 지분법에 따라 이 적자를 지분 비율만큼 떠안게 된다.

통상임금 판결이 현대차그룹의 '도미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반대로 재판부가 기아차의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기아차는 과거 분은 물론 미래 분까지 그 어떤 부담도 지지 않는다.

재판부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하되, 신의칙 원칙을 들어 소급 지급만 막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아차는 소급 분 족쇄는 벗더라도, 향후 새 통상임금 기준 적용에 따른 임금 상승 부담을 떠안야한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지난 22일 "산업 특성상 야근, 잔업이 많은데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수당이 50% 늘어날 것"이라며 "기아차가 50% 오르면 현대차(노조)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더 큰 노동시장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상여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소급 지급도 필요하다고 판결하더라도 기아차 부담이 최대 3조 원에 이르지 않고 수 천억 원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1차 소송(2008~2011년 소급 임금 소송)만 봐도, 휴게시간의 실근로시간 산입 여부나 심야수당 포함 여부 등에 따라 노조의 소급 청구액(6천311억원)과 회사 추산 소급액(709억원)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어느 쪽 계산이 더 적법하다고 손을 들어줄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신의칙 배제되면 유사 소송 잇따를 듯
만약 이번 판결에서 '신의칙'이 고려되지 않을 경우, 부담은 기아차 개별기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각 사업장에서 노조나 근로자들의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전체 노동비용 증가 규모는 20조~3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2013년 3월 '통상임금 산정 범위 확대 시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기상여금뿐 아니라 당시 노동계가 주장한 각종 수당이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기업이 부담할 추가 비용 규모를 최대 38조5천509억 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는 과거 3년간의 임금 소급분 24조8천억 원, 통상임금과 연동해 늘어나는 각종 수당(초과근로 수당 등)과 간접노동비용(퇴직금 등) 증가분 1년 치 8조8천억여 원, 퇴직급여 충당금 증가분 4조8천800억여 원을 합한 것이다.

소급분(24조8천억원)과 퇴직급여 충당금 증가분(4조8천846억원)을 빼고도, 정기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한 해 8조8천억원의 비용이 더 든다는 뜻이다.

이 1년치 증가분을 구체적으로 보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초과근로수당(5조8천849억원)이다.

이 밖에 연차유급휴가수당(9천982억원), 변동상여금(7천585억원), 퇴직금(5천997억원), 사회보험료(6천190억원) 등도 통상임금 확대와 연동해 뛰게 된다.

경총 관계자는 "보고서 작성 이후 같은 해 12월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서도 '신의칙'에 따라 추가 법정 수당 요구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따라서 38조 원은 신의칙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한 재계 최대 피해 규모"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점인 2013년 5월 한국노동연구원도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의 노동비용 증가액(과거 3년+향후 1년)을 최소 14조6천억 원에서 최대 21조9천억 원으로 계산했다.

통상임금에 고정상여금뿐 아니라 기타수당이 모두 포함되면 약 22조 원, 고정상여금만 인정되면 약 15조 원을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7월 '통상임금 갈등의 사회적 비용' 토론회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예상되는 과거 3년간 노동비용 증가분을 10조5천억원으로 예상했다.

정기상여뿐 아니라 기타수당까지 추가되면 증가분은 15조8천억원까지 늘어난다.

이와 별개로 향후 1년간 추가될 노동비용은 6조1천억 원으로, 과거 3년 소급분(15조8천억 원)과 당해 연도 1년 치 증가분(6조1천억 원)까지 4년 치 노동비용 증가 규모를 22조 원 정도로 본 것이다.

다만 박 교수는 '신의칙'에 따라 과거 3년 소급분 가운데 절반 정도는 실제로 청구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노동소득분배율이 1.3%p 높아지면, 반대로 연 경제성장률은 0.13%p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2016년 이후 5년간의 경제성장률 예상 값을 근거로 추산된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국내총생산 감소 규모는 32조6천억 원에 이른다.

재계 관계자는 "신의칙을 제시한 2013년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 이후 개별기업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는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신의칙이 인정되기도, 부정되기도 했다"며 "만약 기아차 판결에서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재계에 미칠 파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윤보람 기자 shk999@yna.co.kr,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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