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포노사피엔스' 시대의 사용자 중심 혁명

입력 2017-08-21 19:39 수정 2017-08-22 00:07

지면 지면정보

2017-08-22A33면

초반 계좌 개설 돌풍 거센 카카오뱅크처럼
초고속망에 연결된 스마트폰 시대에는
사용자 중심 플랫폼 사업만이 성공할 것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국제전자상거래연구센터 소장 >
돈을 줄 사람과 받을 사람 중 누가 누구에게 금융 정보를 주는 것이 합리적인가. 돈을 받을 사람의 금융 정보를 돈을 줄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게 뒤집혀 있었다. 사용자는 자신의 신용카드를 사업자에게 제시한다. 지불금융 정보를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왜 그랬는가. 예전에는 사용자가 컴퓨터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장의 컴퓨터가 부가가치통신망(VAN)과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돼 신용을 체크하고 결제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 정보가 해킹되거나 오용되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사용자가 컴퓨터를 가지고 다닌다. 사업장의 결제용 컴퓨터보다 더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네트워크도 4G·5G로 무장돼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렇게 스마트폰과 초고속망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로 명명하고 있다. 포노사피엔스의 세상에서는 돈을 낼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돈을 받아야 하는 사업자의 수취계좌 정보가 전달되고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모바일 망에 연결돼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사업자의 수취계좌 정보는 해킹돼도 무용한 정보다. 이것은 돈을 받는 데 쓰는 것이지 돈을 사용하는 데에는 쓰지 못한다. 해킹해서 돈을 넣어줄 바보 해커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런 시대가 올 것을 예측해 필자는 사용자 중심의 결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한 논문을 2006년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 전자상거래 학술대회에 발표했고, 하렉스인포텍의 유비페이가 이 모델을 기반으로 글로벌 결제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27일 카카오뱅크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해줬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그동안 왜 그렇게 은행 계좌 개설이 어려워야 했는지, 왜 꼭 지점을 방문해야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것인지, 왜 그렇게 소액을 이체하기가 어려운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기존 은행은 사용자보다는 윗사람을 쳐다보며 일하는 것에 익숙했고, 윗사람들은 스마트폰 세대 포노사피엔스를 잘 이해하지 못하니 기존 은행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카카오뱅크는 누구나 애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사용자 중심의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성능 좋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값싸고 빠른 모바일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환경에서 결제나 금융 비즈니스 모델뿐만 아니라 콘텐츠와 광고 비즈니스 모델도 사용자 중심으로 계속 바뀔 것이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고개를 들지 않는다. 지하철 내 광고판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거북이가 친구하자 해요 ㅠ.ㅠ 가끔은 허리와 어깨를 펴고 앞을 보세요^^”. 기존 지하철 내 옥외광고사업은 사용자 손에 스마트폰이 잡혀 있기 전의 비즈니스 모델일 뿐이다.

이제는 사용자 중심 서비스 모델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발전한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 ‘그녀(Her)’에서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것은 옥외광고가 다 사라진 지하철 환경과 시내 환경이었다. 옥외광고는 모두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이어버드(Earbud) 속으로 흡수될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시내를 걸으면 무차별적으로 전달되는 푸시광고 형태도 아닐 것이다. 옥외광고와 콘텐츠 서비스는 위치나 상황에 잘 맞게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며, 사용자가 원할 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으로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사용자 중심 서비스가 돼야 할 것이다.

플랫폼에서는 사업자와 고객이 따로 없다. 모두가 사용자다. 고객 중심 경영을 뛰어넘어 이제 사용자 중심 혁명이 오고 있다. 혁명이라는 말을 굳이 붙이는 이유는 기존 사고를 버려야 하고, 기존 구조를 뜯어내 고쳐야 하고, 비즈니스 모델의 역발상이 필요하며, 결과를 내기까지 역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계속 사용자 중심의 혁명을 요구한다. 성공하는 플랫폼 사업은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해낸 회사의 몫이 될 것이다.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국제전자상거래연구센터 소장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김영란법 시행 1주년, 어떻게 생각하세요?

  • 부패방지를 위한 획기적 계기로 현행 유지해야 1692명 66%
  • 민생경제 활성화 위해 현실에 맞게 금액 수정해야 866명 3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