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이앤티, 지배구조 '최정점'
박문덕 회장 장·차남 80% 보유
내부거래로 연 200억대 매출
마켓인사이트 8월21일 오전 4시11분

하이트진로(20,10050 -0.25%)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문덕 회장(67·사진)과 그의 장·차남이 지분을 보유한 생맥주 제조기 업체 서영이앤티가 계열사 내부거래로 몸집을 키운 만큼 공정위 조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에서는 서영이앤티가 그룹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9,440130 -1.36%)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규제에서 벗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서영이앤티는 지난 4월 키즈카페 사업부를 교육업체 미래엔에듀케어에 팔았다.

서영이앤티는 2014년 5월 키즈카페 사업부를 테마파크 운영업체인 (주)어린농부로부터 45억원에 인수했다. 이 사업부는 연매출 70억원가량을 올렸지만 매년 10억~2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에서는 이 사업부 매각이 지주사와의 합병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합병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서영이앤티가 부실 사업을 털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2000년 출범한 서영이앤티는 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39)이 지분 58.44%, 차남인 박재홍 하이트진로 상무(35)가 지분 21.62%를 갖고 있다. 박 회장(지분 14.69%)과 그의 형인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5.16%) 등도 주주로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10억원, 2015년 25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에서 하이트진로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 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안팎이다.
공정위는 3월부터 하이트진로 등 45개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들 점검 대상 가운데 서영이앤티는 규제 대상 표적군 중 하나로 거론된다. 규제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지주사와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그룹 지배 구조 최상단에 있는 기업으로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7.66%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지분율 29.49%)에 이어 2대주주다. ‘박 회장 일가→서영이앤티→하이트진로홀딩스하이트진로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가 구축돼 있다.

합병이 진행되면 몸집이 큰 하이트진로홀딩스가 모회사 격인 서영이앤티를 흡수합병할 가능성이 높다. 자회사가 모회사를 역합병하는 셈이다. 올해 5월 화장품 상장사 잇츠스킨이 모회사인 비상장사 한불화장품을 합병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서영이앤티와 지주사 간 합병설이 힘을 얻는 것은 승계 작업과도 관계가 깊다. 하이트진로홀딩스가 서영이앤티를 흡수합병하면 서영이앤티 주주에게 자기주식을 지급해야 한다. 그룹 경영기반인 하이트진로홀딩스 주식이 한 주도 없는 박태영 부사장과 박재홍 상무가 이 과정에서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

박 부사장과 박 상무가 취득하는 하이트진로홀딩스 주식이 늘어나려면 서영이앤티 몸값이 오르고 하이트진로홀딩스 기업 가치는 떨어져야 한다. 올 들어 하이트진로홀딩스 실적이 다소 악화돼 주가가 주춤한 것은 박 부사장 등의 승계 작업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기업금융과 자본시장 거래 등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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