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위기론' 잠재운 미중 정상통화, 이번에도 효과있을지 촉각
트럼프에 '대화·담판' 강조한 시진핑…차후 中 당국 행보 관심

최근 미국과 북한이 교환한 '말폭탄'의 수위가 자칫 오판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전화통화를 해 차후 추이가 주목된다.

어느 쪽이 먼저 전화통화를 제의했는지 알 수 없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근래 미국발(發) 말폭탄의 주연이라는 점에서 시 주석의 제안으로 통화가 성사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두 정상의 전화통화후 중국 측의 반응으로 미뤄볼 때 중국이 향후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여서 관심이 쏠린다.

이번 통화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을 겨냥해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검토하겠다고 대응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화염과 분노 발언이 충분히 강하지 않았던 것 같다.

군사옵션을 쓸 수도 있다"고 더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통화후 미중 양측이 공개한 내용으로 미뤄볼 때 눈에 띄는 합의는 없어보인다.

뉘앙스도 달랐다.

백악관은 "북한이 도발적이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관영 CCTV는 시 주석이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은 결국 대화와 담판이라는 정확한 해결의 큰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

유관 측이 자제를 유지하고 정세 긴장을 고조시키는 언행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에 도발과 긴장고조 행위를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할 수 있으나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유사한 태도를 유지해달라고 함으로써 양측의 기류가 확연히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말폭탄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오른 상황에서 미중 정상이 전화통화를 나눈 것은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선 말폭탄의 당사국은 북한과 미국이지만, 그 본질을 보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을 지속하는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두고 미중 양국이 갈등해왔다는 점에서 중국 역시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핵심 당사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푸는 데 중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대(對) 중국 압박수위를 높여왔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해와 이날 미중 정상 통화에 촉각이 모아진다.

12일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지난 4월 '북핵 위기론'이 고조됐을 때 북한의 자제를 촉구했던 미중 양국 정상의 통화가 급한 불을 끄는 데 큰 역할을 한 점에 비춰 이번 트럼프-시진핑 전화 대화의 효과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주목할 대목은 미중 정상 간 통화후 북한의 행보다.

북한은 지난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두차례 발사한 데 이어 이달 9일에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려는 작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떠벌리면서, 연일 '전쟁 불사론'으로 미국을 자극해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판가리 결정이 시작됐다'고 부르짖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같은 날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북한이 현명하지 않게 행동할 경우 군사적 해결책이 완전히 준비됐고 장전됐다"고 강수를 뒀다.

상황이 이런 탓에 미중 정상 간 전화통화 이후 중국이 어떤 행보를 보일 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지난 4월에도 봤듯이 북한의 위협이 최고조에 달할 때 미·중 양국 정상의 통화는 북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면서 "중국도 이번 정상 간 통화를 통해 북한에 시끄럽게 하지 말고 6자 회담에 나오라는 경고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시 주석이 이번에도 북핵문제를 대화와 담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정황에 비춰볼 때 정상간 채널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해법을 강조한 중국이, 북한에도 외교 채널 또는 '공산당 대 노동당' 루트로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하지 말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달 말 북한의 제2차 ICBM급 화성-14형 발사 도발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결의에 동의하면서 러시아와 함께 북핵 해법으로 '쌍중단(雙中斷:북핵 활동과 한미훈련 중단 맞교환)' 수용을 촉구해온 만큼 지속해서 이를 밀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압박하고 견인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중국은 11일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최근 북미 간 설전으로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고 민감하다.

관련 당사국들은 말과 행동을 각별히 조심하기를 바란다"고 했고,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북한이 괌에 미사일 도발하면 중국은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북한에 특사를 보낼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에게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보내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보조'를 맞춰온 러시아와 함께 북한 설득에 나설 수도 있어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현지시간으로 11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았다"고 확인하면서, 중러 양국의 중재 방안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을 중단하고 미국과 한국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는 까닭은 북한을 겨냥한 제재의 칼 끝이 결국 중국을 겨냥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의 다른 소식통은 "중국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결국 북한 제재를 이유로 중국을 겨냥한 성동격서(聲東擊西.상대편에게 그럴듯한 속임수를 써서 공격하는 것)로 보고 있으므로 결국 북한 문제에 대해선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예정된 한반도 일정을 볼 때 미중 정상의 이번 통화로 북미 갈등이 잠재워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북한은 괌 예상 타격 시점으로 이달 15일을 거론했고, 이달 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지포커스)을 앞두고 있어 긴장 국면은 상당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president21@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