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계곡 버려진 비닐봉지서 젖먹이 강아지 3마리 '꿈틀'

입력 2017-08-12 11:06 수정 2017-08-12 11:06
7·8월 유기동물 연중 최다…휴가철만 되면 보호센터 '포화'
동물단체 "반려동물 이력제 시행, '펫 시터' 문화 확산해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18일 충북 괴산 화양계곡으로 피서를 갔던 A(45·여)씨는 계곡 옆 길가에 놓여 있는 검은 비닐봉지가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상하게 여겨 살펴보니 비닐봉지 속에는 눈조차 제대로 못 뜨는 손바닥 보다 작은 강아지 3마리가 들어있었다.

검은색과 흰색 얼룩이 있는 강아지들은 젖을 채 떼지도 않은 어린 것들이었다.

그대로 두면 굶어 죽을 것이 자명했다.

차마 지나칠 수가 없었던 A씨는 이 강아지들을 청주시 유기동물보호센터에 데려다줬다.

아기 강아지 3남매는 지금 유기동물센터 내 1㎡ 남짓한 철창 속에서 지내고 있다.

유기견들은 이름이 없다.

다행히 일주일 먼저 들어온 푸들에게 젖동냥을 한 덕이 겨우 기력을 회복했다.

여름 휴가철인 요즘 이 유기견 보호센터는 포화 상태다.

견사장은 180∼200마리가 정원이지만, 260마리를 넘섰다.

묘사장은 16칸에 고양이 60마리가 다닥다닥 붙어산다.

유기동물보호센터 곳곳에는 견사가 부족해 들어가지 못한 유기견 5마리가 묶여 있었다.

막 새끼를 낳아 예민한 고양이는 공간이 없어 사람이 쓰는 화장실에서 산후조리 중이었다.

청주시에 따르면 이 보호센터에는 휴가철이 시작된 지난달 평소보다 18% 많은 127마리의 유기 동물이 들어왔다.

이달들어서는 10일까지 67마리의 동물이 버려졌다.

정순학 청주 반려동물보호센터장은 "지난달과 이달 들어온 유기동물이 지난해보다 40%가량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휴가철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반려 동물을 버리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여름 휴가철 유기 동물 발생이 부쩍 늘어난다.

가족 여행이 잦아지는데 장시간 집을 비울 경우 반려 동물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을 경우 길에 내다버리는 사례가 많다.

애견 호텔에 맡길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다보니 꺼린다고 한다.

함께 집을 나섰다가 휴가지에서 반려동물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휴가철인 7월 유기동물 처리 건수는 9천93건, 8월은 8천936건을 기록했다.

작년 한 해 월평균(7천478건)보다 20%가량 많은 수치다.

2015년에도 7월과 8월 각각 8천496건, 8천144건을 기록, 유기동물 발생이 가장 적었던 2월(4천433건)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임영기 동물보호단체 케어 사무국장은 "물건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생명이라고 인식하지 않아 유기동물 발생이 늘고 있다"면서 "분양 단계부터 강아지와 주인을 등록하는 '반려동물 이력제'를 의무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휴가철 여행을 떠날 때 같은 지역 거주자끼리 서로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펫 시터(Pet Sitter)' 문화가 활성화한다면 유기동물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logo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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