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정글…현장부터 파악하라" 수능 절대평가에 뿔난 학부모들

입력 2017-08-10 14:15 수정 2017-08-10 14:15
"사교육 더욱 확대될 것" vs "공교육 정상화 시급"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교육부 제공

"지금도 교실이 지나친 경쟁으로 정글 같은데 수능 절대평가가 확대되면 얼마나 끔찍해질지 상상이 안 갑니다."(학부모 A씨)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일부 또는 전과목 절대평가 도입안이 공개되자 학부모들 사이에선 "교육 현장부터 제대로 파악하라"는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교육부는 10일 현 중학교 3학년이 응시하는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 관련 시안을 2개 내놓았다. 일부 과목 절대평가안은 기존 절대평가 과목인 한국사와 영어에 더해 제2외국어/한문, 통합사회·통합과학을 추가로 절대평가한다. 국어, 수학, 탐구영역(선택 1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한다. 전 과목 절대평가안은 이들 과목까지 포함해 7개 과목을 모두 절대평가하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수능 절대평가 확대에 따른 불안감을 호소했다. 일부 과목 절대평가 시 나머지 상대평가 과목에 대한 사교육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수원에 거주하는 학부모 A씨는 "영어에 강점이 있었던 우리 아이는 영어 절대평가 도입으로 수학 학원 다니는 데만 월 100만 원 이상씩 쓰고 있다"며 "영어에 변별력이 없어졌으니 다른 과목에 지출되는 사교육비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사에 이어 올해는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다. 현행 상대평가는 누적 백분위를 산출한 뒤 상위 4%까지는 1등급, 11%까지는 2등급, 23%까지는 3등급을 주는 등 9개 등급으로 나누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수능부터 영어는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받으면 모두 1등급을 받게 되고, 10점 단위로 등급이 바뀐다.

A씨는 "매주 한 두 번씩 분당, 대치동으로 가 하루 종일 학원 수업을 듣고 수원으로 내려온다"며 "수학 과목에서 한 문제라도 틀리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크다"고 호소했다.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두 번째 시안 도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전면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수능 비중 약화로 학생 변별력이 떨어져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전형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종 전형은 선발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 등으로 불렸다. 학생 개개인의 노력보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의해 주요 제출 서류인 학생부와 자소서를 꾸밀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유층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3 자녀를 둔 B씨는 "학종 준비를 위한 자소서 컨설팅 비용만 한 시간에 30만 원이 든다. 고교 3년 학종 준비를 위해 4000만원 이상 쓴 부모도 있다"며 "전면 절대평가 도입 자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교육 현장부터 다시 파악하라"고 강조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 역시 "절대평가 도입으로 사교육이 더욱 확대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절대평가가 도입 취지와 달리 가고 있다. 교육 현장 실태를 파악해 절대평가 도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입장도 있다. 절대평가가 대입 경쟁 완화와 학교 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전면 절대평가 도입을 앞두고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일부 과목 절대평가안을 함께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선 일부 과목 절대평가 안 채택이 유력해보인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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