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손보업계 '작은 거인' 메리츠화재… 사상 최대 실적으로 우뚝

입력 2017-08-10 17:42 수정 2017-08-10 17:42

지면 지면정보

2017-08-11B1면

메리츠화재

지난달 19일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단연 화제였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가 7월17~18일 이틀에 걸쳐 회사 주식 5만주(0.05%)를 장내 매수했다는 소식이 이날 전해졌다. 매입 금액은 약 11억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부채 급증,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 보험회사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은 이례적이다. 손보업계에선 “김 대표가 메리츠화재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메리츠화재가 손보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손보사 실적이 일제히 개선되고 있지만 수익성 증가율로는 업계 최상위권에 올랐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업계 1위다. 덩치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국내 최고(最古) 손보사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1년 새 50% 늘어난 순이익

메리츠화재는 올 상반기 기준 20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다른 손보사들 실적도 좋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 따지면 메리츠화재 성장률은 평균 이상이었다. 메리츠화재 실적은 2015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2015년엔 전년 대비 52% 늘어난 17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50.5% 증가한 257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창사 이후 최초로 2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는 작년 이상의 당기순이익 달성이 확실시된다. 다른 수익성 지표도 업계 최상위권이다. 지난 6월 기준 ROE는 24%로 업계 1위다.

이 같은 호(好)실적은 회사 안팎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김 대표가 잇달아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올해까지 3년 연속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2015년 1월 메리츠화재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뒤 그해 2월 3만주를 장내에서 신규 매수했다. 매입 규모는 약 3억7800만원이다. 지난해에는 약 11억4800만원을 들여 7만주를 장내 매입했다. 올해도 11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매입 시점도 메리츠화재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던 지난 17~18일이었다. 회사 주식이 더 오를 것이란 시그널을 시장에 보여준 셈이다.

손보업계의 혁신 선도자

전문가들은 메리츠화재가 이처럼 좋은 성과를 이끌어낸 요인으로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을 꼽는다. 2015년 취임한 김 대표는 기존 권위적인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취임 후 변화와 혁신에 주력했다.

먼저 문서 작성을 80% 이상 줄이고 원칙적으로 대면 결재를 금지해 업무 집중도를 높였다. 또 정시 퇴근을 통해 직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도 보장했다. 오후 6시30분이면 업무시스템을 강제로 셧다운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기 위해 ‘30분 회의’도 도입했다. 회의에서 생산적인 대화가 오가는 대신 상사의 잔소리가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회의 시간에 제한을 둠으로써 꼭 필요한 주제와 이에 따른 의견 교환이 이뤄지도록 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정시 퇴근, 30분 회의 등의 제도는 결국 ‘근무시간에 집중력 있게 일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는 보험업계에서 초대형 점포제도 가장 먼저 도입했다. 2015년 3월 본부 및 지역단 형태의 영업 관리조직을 모두 없앤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전국 221개 점포를 본사 직속의 102개 초대형 점포로 통합했다. 기존엔 본부나 지역단과 같은 중간관리조직을 통해 영업관리가 수동적으로 이뤄졌다면 초대형 점포에선 점포장 개인에게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게 메리츠화재의 설명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무엇보다 조직 슬림화를 통해 절감된 영업관리 비용은 이용자를 위한 보험료 인하와 영업가족 소득을 높이는 수수료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0년을 이어온 토종 보험사
‘MERITZ’라는 영문 이름 때문에 메리츠화재는 외국계 보험사로 착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대한민국 최초의 토종 보험회사다. 1922년 ‘조선화재’로 시작해 1950년 ‘동양화재’에 이어 2005년 ‘메리츠화재’로 사명을 바꿨다. MERIT(혜택·장점)에 복수형 어미를 붙인 것으로 ‘소비자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 유지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것만 봐도 소비자 중심의 영업문화를 알 수 있다. 유지율은 처음 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비율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보험사가 무리한 영업을 하지 않고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권한 것으로 해석된다. 메리츠화재 장기보험의 13회차 유지율은 2014년 71.5%에서 2015년 75.5%, 2016년 80.5%, 2017년 2분기 기준 81.4%를 기록했다.

재무 상태도 탄탄하다. 메리츠화재의 지급여력비율(RBC)은 188%로 금융감독원 권고치인 150%를 크게 웃돈다. RBC는 보험회사 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단기 실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소비자에게 맞는 보험상품을 내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메리츠화재를 찾게 한 게 100년 역사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 '통화 녹음 알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