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 보류…"금고형 이상 확정 때 집행 후 5년뒤 심사"

삼성증권이 야심 차게 준비하던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때문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신청한 발행 어음 사업인가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서 심사 보류 통보를 받았다고 10일 공시했다.

대주주의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심사 보류의 사유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대주주는 이 부회장을 뜻하는 것으로, 특검이 징역 12년을 구형한 이 부회장 재판의 1심 선고는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으로 지분의 29.39%를 보유하고 있고 이 부회장은 삼성증권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이건희 회장(지분율 20.76%)인 데다 이재용 부회장도 삼성생명 지분 0.06%를 보유한 특수관계인이다.

금융당국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증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주주로 해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할 때 최대주주가 법인이면 그 법인의 최대주주까지 심사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발행 어음 사업 인가에 대한 심사를 보류하면서 삼성증권의 초대형 IB전환 작업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요건을 맞춰 초대형 IB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자기자본 200% 한도 안에서 자기 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발행 어음 사업은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으로, 어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금융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각종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오는 25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오더라도 향후 2심, 상고심까지 이어지면서 상당히 오랜 시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현행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 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형 집행이 모두 끝난 뒤 5년 뒤에나 금융당국의 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12년형이 확정되면 삼성증권은 17년 후에나 발행 어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삼성증권 측은 "1심 재판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 일찍 인가가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발행 어음 사업 외에 인가가 필요하지 않은 사업은 예정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 외에 나머지 4개 증권사에 대한 심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는 지난달 7일 금융위원회에 초대형 IB 인가신청서를 제출했고 심사는 2~3달 정도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들에 대한 심사는 진행 중"이라며 "사안별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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