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재처리 관련 연구 지속 여부 연말 결정

입력 2017-08-09 00:37 수정 2017-08-09 00:37
원자력 R&D 방향 '경제성장'→'안전중심' 전환

그간 우리나라가 해 온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건식 재처리) 방식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연구와 재활용 연료를 쓰는 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의 지속 여부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올 연말에 결정된다.

이는 논의 결과에 따라 그간 정부가 추진, 지원해 온 핵연료재처리 관련 차세대기술 개발이 중단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미래 원자력 R&D(연구개발) 추진방향'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한림원탁토론회에서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한-미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중인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이렇게 만들어지는 재활용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SFR의 R&D를 계속 추진할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런 기술들은 이르게는 1950년대부터 주요 원자력 사용 국가들에서 연구개발이 진행됐으나 기술적 어려움과 경제성 부족으로 대규모 상용화는 되지 않고 있다.

재처리하는 것보다 새로 우라늄을 채굴해 연료로 쓰는 쪽이 비용이 훨씬 낮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재검토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도 꾸리고 공론화 과정을 준비할 예정이다.

다만 우리 기술로 개발해 수출에 성공한 차세대 소형원전 '스마트'의 연구개발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 20여 년간 원자력 연구개발(R&D)사업은 큰 변화 없이 추진됐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 미래지향적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 추진할 미래 원자력 R&D를 통해 원전해체,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사선 활용 등에 신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인재가 유입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리라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성장 지원'을 목표로 추진됐던 정부의 원자력 연구개발(R&D) 방향이 탈핵 기조에 맞춰 '안전중심'으로 바뀐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영구 정지한 고리원전 1호기 해체기술 확보와 관련 장비 개발 등을 위한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또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한 밀봉용기를 개발하고,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처분 관련 기술 개발도 정부가 지원한다.

원전의 내진성능 강화, 중대사고 방지, 리스크 평가 등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이를 위한 세부 계획은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쳐 9월 중 마련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보틱스 등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과 기존 원자력 기술의 접목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가상공간에 원자로를 만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원자로의 복합현상을 예측하고 사람의 실수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원전 운전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한다.

이 밖에 우주 공간에서 쓸 기술과 극지에서 쓸 소재를 개발하고 북한의 핵실험을 탐지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융합연구를 추진하는 한편, 의료용방사선 기술개발도 꾸준히 지원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은철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결정이 지나치게 성급하게 내려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원자력의 이점과 위험을 판단하고 어느 쪽을 택할지 정하는 것은 정책입안자의 선택에 달렸지만, 에너지는 장기정책 중 하나이므로 갑자기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만들겠다는 탈원전로드맵은 이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경만 서강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탈원전과 원전 유지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가치의 문제'라며 "탈원전으로 가려면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그에 따르는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미옥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은 "정부가 탈원전을 성급히 추진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5년 안에 원전을 정지해 탈원전을 이루겠다는 것이 아니라 100년이 걸리는 일"이라며 "(많은 분이) 우려하는 것처럼 정책 결정 과정이 성급하게, 돌진하는 형태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계속 여부를 공론화하기로 한 계기가 작년 9월 발생한 경주 지진이었다며 지역 주민, 원전건설자, 원전운영자 등의 의견이 갈리진 상태에서 소통 채널을 만들기 위해 '공론화'라는 공식적인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 보좌관은 이 과정을 통해 과학적인 근거를 따지고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알아봄으로써 주민들의 공포감, 부담감 등을 해결하고 다른 형태의 에너지에 대한 논의도 계속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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