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더 강하게 진화하는 중국 과학계를 보라

입력 2017-08-09 18:56 수정 2017-08-10 02:45

지면 지면정보

2017-08-10A33면

"중국 젊은 조교수 연구실 구축에 15억원 지원
신임교원 3분의 1은 정년보장심사 탈락
한국 정책입안자들 겸허히 한 수 배워야"

염한웅 < 포스텍 교수·물리학 >
중국이 빠르게 발전하며 경제, 국제정치, 군사력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것은 새로운 게 아니다. 미국 하버드대의 역사학자가 말했듯이 인류 역사에서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아니었던 적은 청나라 말기에서 문화혁명에 이르는 아주 짧은 시기뿐이다.

중국의 과학 또한 그렇다. 근대과학 이전의 중국의 천문지식과 기계, 화학 분야의 발명은 세계를 선도했다. 개혁개방 이후, 특히 지난 20년간 중국 과학기술의 발전은 놀랍고 대단한 것이었다. ‘천인과학자계획’ 같은 대대적인 중국인 과학자 영입이 있었고 우수한 연구자에 대한 놀라운 규모의 연구비 투자와 인력지원이 있었으며 이런 계획이 가시적인 과학적 성과로 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필자의 연구분야인 고체물리학에서도 이미 중국 물리학자들의 세계적 주도권은 너무나 분명한 큰 흐름이고 일본과 유럽을 압도하며 미국을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

필자가 이런 변화를 체감하게 된 것은 약 10년 전인 2007년께다. 2000년 필자가 일본 도쿄대 조교수직을 던지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필자와 일본 도호쿠대학원 동기였고 미국 대학에서 조교수를 지내던 중국인 친구는 천인계획의 초빙을 받아 중국과학원으로 돌아갔다. 필자가 2003년 창의연구사업에 선정돼 연 8억원의 당시로는 파격적인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중요한 논문을 연이어 발표하던 시절, 이 친구의 연구실은 평범한 연구들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높은 수준의 논문이 쏟아져 나왔고 2010년께부터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그룹이 됐다. 이 무렵 비결이 궁금해 이 연구실을 찾은 필자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비가 국내에서 가장 좋은 지원을 받던 필자의 네 배 수준이었고 그룹을 이뤄 함께 일하는 스태프로 조교수급 연구원 3명이 있었다. 높은 수준의 인력으로 구성된 연구그룹과 파격적인 연구비 지원이 그 비결이었다. 이후 이 그룹은 승승장구했으며 이 친구는 중국의 차기 노벨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며 칭화대 부총장이 됐다.
이 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년과 올초 다시 칭화대와 베이징대를 방문했을 때 중국 과학계의 새로운 진화를 보고 또 한번 놀랐다. 칭화대와 베이징대의 두 젊은 조교수가 가장 놀라웠다. 한 교수는 스탠퍼드대 박사며 베이징대에 온 뒤 연구실 구축 비용으로 15억원을 지원받았다. 국내 대학들의 최고 수준은 3억~5억원 정도다. 다른 교수는 놀랍게도 베이징대 박사고 미국에서 포닥연구원 경력을 쌓은 뒤 모교에 돌아와 역시 위와 같은 지원을 받았다. 이들이 4~5년간 구축한 연구실의 규모와 수준은 미국 최고 연구중심대학 수준이었고 필자가 10년에 걸쳐 국내 최고 지원을 받으며 구축한 실험실 수준을 넘어서는 정도였다. 이들은 이렇게 구축된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중요한 결과를 최근 사이언스, 네이처 등에 연이어 발표했다. 국내 대학에 이런 경력과 나이에 이 정도 규모의 연구실과 연구성과를 가진 해당 분야의 조교수는 찾을 수 없다.

이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의 수준과 열정, 자유분방하고 재기 넘치는 태도는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2000년께 중국으로 돌아온 천인계획 1세대인 필자의 친구 세대와 그들이 키운 제2세대의 현 조교수들, 또 그들이 키워내고 있는 3세대 중국 과학자들은 점점 더 강하게 진화하고 있었다. 이 두 조교수는 엄격한 정년보장심사를 거쳐야 한다. 베이징대는 집중지원을 받는 연구소와 학과의 경우 전체 신임교원의 3분의 1을 정년보장에서 탈락시키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중국 과학의 성장을 우려할 필요는 없고 쫓아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지는 일도 없어야 한다. 다만 겸허하게 한 수 배우는 것이 있어야겠다. 한국 학계와 정책입안자들의 치열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염한웅 < 포스텍 교수·물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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