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계 "산업 위기… 통상임금·근로시간 신중 결정" 호소

입력 2017-08-09 15:04 수정 2017-08-09 17:15
"잠이 안올 정도로 불안·암담…이미 부도났거나 부도 직전"

자동차부품 업계와 관련 학계가 판매 부진, 통상임금 소송, 노사 갈등 등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이 큰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 국회, 법원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270여 개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과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은 9일 공동명의로 이런 내용을 담은 '3중고에 휘둘리는 위기의 자동차부품산업계 호소'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자동차산업 위기 타개를 위해 관계 기관 등에 지원을 호소하기로 긴급 결의했다.

차 부품업계와 학계는 호소문에서 최근 생산·수출 실적 등을 근거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 실태를 소개했다.

호소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5년보다 7.2% 줄고 인도에 밀려 세계 6위로 내려앉았다.

10년 넘게 독일, 일본에 이어 3위를 지켰던 수출도 올해 들어 멕시코에 3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132만1천390대)은 2009년(93만8천837대) 이후 8년래 최저 수준이고, 특히 중국 시장 판매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 등 여파로 1년 전보다 40% 이상 급감했다.

같은 기간 내수 판매도 4% 줄어 증가세가 3년 만에 꺾였다.

이들은 "완성차 매출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부품을 생산·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 역시 매출 감소, 가동률 저하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박한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판결,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주 68→52시간) 등 파장도 위험 요소로 거론됐다.

이들은 "당장 기아차가 8월 중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3조원 이상의 우발적 채무 발생으로 추가 차입을 고려할 만큼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겪을 것"이라며 "부품 협력업체 대금결제 등 현금 흐름에도 영향을 미쳐 중소 부품 협력업체는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금 제도에서 상여금을 운영하는 다수 중소 부품업체들 역시 기아차가 패소할 경우 노사 소송 분쟁과 추가 인건비 부담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됐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 대해서도 "연착륙 방안이 없는 급격한 단축은 중소 부품업체와 자동차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계(도금·열처리·주물·단조·금형·사출 등)의 생산 차질과 인건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자동차산업은 한 나라의 경제력·기술 수준을 대표하고 부품·소재 등 연관산업과 고용 유발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며 "정부, 국회, 법원이 자동차 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문제 등의 사안에 대해 신중한 정책 결정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사회를 마친 뒤 신달석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도저히 잠이 안 올 정도로 불안하다"며 "통상임금에서 기아차가 패소하면 너도나도 소송을 제기할 텐데, 금액도 문제지만 노사관계는 더 나빠지고 총체적 위기를 맞게 된다.

IMF(외환위기) 당시와 양상이 또 다르다.

근본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고문수 조합 전무도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지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결국 부품업체까지 다 죽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특히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부품업체 대표들은 중국 시장에서의 심각한 영업 부진 상황을 전했다.

신 이사장은 "중국 사업이 가장 어려운데, 이익이 문제가 아니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른 CEO(최고경영자)들 사이에서도 "중국과 미국 공장 가동률이 각각 50%, 15% 떨어졌다", "2·3차 협력업체 중에서는 이미 부도난 곳들이 있고, 1차 협력사도 부도 위기를 겪고 있다", "경영난에 최근 2~3년간 수차례 인력 감축까지 단행했다"는 등의 하소연이 잇따랐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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