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매 현장 둘러보니

"입찰 참여하기보다는 분위기 알아보려 나와"
감정가 이하 물건도 주인 못 찾고 줄줄이 유찰
규제 비켜간 수도권·지방…예전처럼 열기 이어져

7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경매 응찰자들이 입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선한결 기자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법원 경매시장의 서울 아파트 입찰 경쟁이 시들해진 것은 입찰가격 기준점을 찾기 어려워져서다. 시중에서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면서 적정 입찰가격 산정이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7일 서울동부지방법원 경매 입찰자는 중복을 포함해 총 51명에 불과했지만 법정 안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법정에 마련된 보조석까지 97석이 모두 들어차자 40여 명은 법정 뒤쪽에 선 채 개찰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전업투자자 박성해 씨(48)는 “몇몇 투자자와 얘기해 보니 다들 입찰보다는 시장 분위기를 알아보려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매에 나온 아파트는 유찰되는 사례가 많았다. 대책 발표 전 첫 번째 입찰에서 감정가격 이상에 모두 낙찰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투기과열지구로만 지정된 광진구 광장동 청구아파트 전용면적 84.9㎡는 지난달 실거래가(6억4000만원)보다 낮은 6억1400만원(감정가격)에 처음 나왔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강동구 암사동 ‘강동롯데캐슬퍼스트’ 아파트 전용 134㎡도 지난 6월 실거래가(8억8750만원)보다 8000만원 이상 저렴한 8억270만원에 나왔지만 유찰됐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7월까지는 호가에 근접하게 낙찰받기만 하면 됐지만 시세를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앞으로는 입찰가를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 부산 등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조정대상지역)를 받는 곳에선 지난달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실수요자가 시세보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낙찰받기 위해 경매에 공격적으로 입찰했다. 이날 성남지법 경매에서는 아파트 8건, 다세대주택 1건, 주거용 오피스텔 1건, 주택 1건 등이 모두 새 주인을 찾는 데 성공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상록마을 3단지 전용 85㎡를 놓고는 18명이 경합을 벌였다. 이 아파트는 감정가 5억9000만원보다 높은 6억6689만원에 낙찰됐다. 이 밖에 아파트 세 건이 낙찰가율 103~104%에 팔렸다.

같은 날 동부산지법 경매에서는 조정대상지역인 부산 남구 아파트 신건 두 건이 모두 낙찰됐다. 문현삼성힐타워 전용 125.1㎡는 낙찰가율 106.78%, 협진태양 아파트 전용 47.4㎡는 낙찰가율 101.57%를 기록했다. 6개월 이상 전에 감정돼 1회 최저 응찰가격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8·2 대책을 완전히 비켜간 곳도 지난달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이날 인천지법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은 79.9%를 기록했다. 인천 연수구 동춘동 롯데아파트 134.7㎡는 응찰자 18명이 몰려 낙찰가율 96%를 기록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시세 방향이 확실치 않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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