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배보다 커진 배꼽…'휴대폰 케이스'의 비밀

입력 2017-08-04 11:22 수정 2017-08-04 11:23
필수품 된 케이스, 비싼 가격에 불만
판매가격, 생산단가와 10배 이상 격차

서울 지역 휴대폰 액세서리 매장들은 스마트폰 케이스를 1만원~5만원 정도에 팔고 있다.

무료로 개통한 휴대폰에 3만원짜리 케이스.

본말전도(本末顚倒). 주된 것보다 딸린 것이 더 커진 경우다. 지출 금액만 놓고보면, 케이스에 휴대폰이 딸려있는 모양새다. 이젠 익숙한 풍경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휴대폰 구매 후 제일 먼저 보호필름을 찾는다. 흠집 하나 없는 화면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 다음은 케이스로 눈을 돌린다. 이 역시 휴대폰 자체를 보호하기 위해서지만 보호필름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휴대폰 구매시 무료로 제공되는 보호필름은 그대로 사용되곤 한다. 반면 케이스는 휴대폰을 사기 전부터 선구매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특별하게 여겨진다. 매장에서 공짜로 주는 케이스도 외면한채 돈을 지불할 정도로 가치가 있단 얘기다.

케이스는 본연의 목적인 보호 외에 심미적 만족을 주는 역할도 한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케이스들은 휴대폰을 돋보이게 하는 패션 아이템으로도 인기를 끈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여기서도 통용되는 셈이다. 필요한 신용카드만 넣고 다닐 수 있는 기능성도 구매 동기 중 하나다.

휴대폰 케이스는 휴대폰 파손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재질과 기능에 비해 비싼 가격 '불만'

휴대폰 케이스는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불만도 적지 않다. 체감상 느끼는 비싼 가격 때문이다. 휴대폰 케이스는 까다로운 공정이 아닌데다가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비쌀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지역 휴대폰 액세서리 매장들은 스마트폰 케이스를 1만~5만원 정도에 팔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들은 적게는 5000원부터 많게는 5만~6만원의 가격에 케이스를 판매중이다. 물론 1000원짜리도 있고 100만원을 호가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 가격대다.

어찌보면 그리 비싸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은 케이스가 판매가격에 걸맞는 가치가 있는 지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값 싼 원재료와 갖춰진 기능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는 논리다.

주부 박정연씨(39)는 "플라스틱 재질에 무늬 몇 개 그려져 있는 케이스가 3만원이라는게 말이 되나"라며 "최신 스마트폰이라 케이스를 사긴 했지만 아무리봐도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비싸다"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생산단가와 격차 크지만 남는 게 없다?

그렇다면 원가는 얼마일까. 관련업계에 따르면 플라스틱(하드) 케이스의 경우 개당 생산단가는 700~2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플라스틱 케이스는 최하 1만원부터 판매되니 14배 이상의 격차가 나는 셈이다.

가죽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가죽케이스는 생산단가가 최하 3000~5000원 수준이지만 구입하려면 3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

소비자 불만의 포인트는 '부풀려진듯한' 가격이다. 쉽게 말해 싼 재료로 만든 요리를 너무 비싸게 파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원가만 놓고 보자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휴대폰 케이스는 보호 외에 심미적 만족을 주는 역할도 한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케이스들은 휴대폰을 돋보이게 하는 패션 아이템으로도 인기를 끈다.

그러나 케이스 제조업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생산원가를 단순 계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판매가격과 격차만큼 마진을 남기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복잡한 유통과정과 재고부담, 경쟁력 약화 등이 그 이유다.

A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산 케이스가 국내에 유입되고 캐릭터 제품들이 개발되면서 기본 스타일의 케이스는 판매가 어렵다"며 "때문에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비용을 쓰다보면 제품 가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종류가 많은 것도 문제다. 갤럭시S8이나 아이폰7과 같이 단일 모델이 많이 팔리는 경우에는 케이스의 유통도 수월한 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종류가 많다보니 다양한 모델에 대응한 케이스 디자인을 만드는데 투입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입장이다. 재고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으면 제품 가격에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체들의 입장이다.
B업체 관계자는 "소매점에 공급하면서 디스플레이를 잘해 달라고 하고 판매를 잘 봐달라는 어느 정도의 커미션도 필요하다"며 "사실상 남는게 없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남는 게 없으니 케이스 업체들은 제품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워도 될까. 수리, 교환, 반품, 애프터서비스(A/S) 등 사후 고객 서비스에 대한 후속조치 말이다.

직장인 윤한철씨(40)는 "3만원이 안되는 선풍기도 고장나면 A/S가 가능한데 더 비싼 휴대폰 케이스는 색이 바래거나 깨지면 교체할 수 밖에 없다"며 "스마트폰을 사용한 2년동안 3개의 케이스를 새로 샀으니 10만원 이상을 지출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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