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음악인과 병원·복지관 돌며 연 130회 무료 공연 펼쳐
"클래식·재즈 모든 사람이 나눠야"
지난 5일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엔 ‘시네마천국’ ‘사운드오브뮤직’ 등 영화음악의 다채로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우미영(첼로), 양송희(클라리넷) 씨 등 음악인들이 병상의 환자들 곁에 직접 다가가 이들 음악을 연주했다. 평소 적막하던 공간에 40여 분간 음악이 흐르자 환자들은 물론 가족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이 공연을 기획한 비영리법인 이노비의 강태욱 대표(46·사진)는 주요 병원과 복지관을 중심으로 클래식, 재즈 공연 등을 무료로 펼친다. 공연 횟수는 매년 120~130회가량. 거의 1주일에 두 차례씩이다. 강 대표는 “밥을 주는 것만이 복지가 아니라 음악으로 진한 감동을 나누는 것도 복지”라며 “일부 계층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던 클래식과 재즈 음악 등을 모든 사람이 나눠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공연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 미국 뉴욕대 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컬럼비아대 공공정책대학원에 진학하며 복지학으로 전공을 돌렸다. 강 대표가 이노비를 설립한 것은 2006년 뉴욕에서였다. 그는 우연히 미국에 있는 한국 저소득층 이민자 자녀들의 얘기를 들었다. 그들은 음악 공연을 직접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평소 클래식에 관심이 많던 강 대표는 주변 유학생들을 모아 함께 공연을 열었다. “30명 정도 오지 않을까 했는데 250명이나 몰렸습니다. ‘음악이 복지에 진짜 필요할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실제 엄청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이노비를 설립하게 됐죠.”

뉴욕에서 시작한 이노비는 2012년엔 한국, 2015년엔 중국에 지사를 세웠다. 복지관을 중심으로 하다가 국내외 주요 병원으로 무대를 넓혔다. 서울성모병원, 컬럼비아대 어린이병원, 중국 캉닝병원 등이다. 뜻을 함께하는 음악가들도 늘어났다. 바이올리니스트 주연경(서울시향), 재즈피아니스트 송영주 씨 등 300여 명에 달하는 음악가가 참여하고 있다. “전문 음악가들이지만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 누구나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들로 구성하고 있어요. 휠체어를 타고 있는 순간에도 환히 웃을 수 있게 말이죠.”

재원 마련을 위해 정기 후원 행사도 열고 있다. 지난해 5월엔 오준 전 유엔 대사도 행사에 참석했다. “처음엔 재원의 95%를 친인척의 후원으로 꾸려나갔지만 이젠 더 많은 사람들이 후원해주고 있어요.”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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