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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왓슨 맹신" 우려

길병원 제공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를 병원 간판에 내거는 대형 종합병원이 늘고 있다. 미국 IBM의 의료 AI 소프트웨어 왓슨포온콜로지를 도입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가천대 길병원, 건양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등이 잇달아 암병동 앞에 ‘인공지능 암센터’라는 간판을 걸었다.

작년 국내 최초로 왓슨을 도입한 길병원은 본관 1층에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를 열었다. 환자들의 반응이 좋자 길병원은 병원 인근 건물을 매입해 암병원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공사 중인 암병원 입구에는 인공지능 암병원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길병원 관계자는 “왓슨을 도입했다는 사실을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건양대병원은 지난 4월 왓슨을 도입하고 ‘인공지능 암 진료실’을 열었다. 동산병원도 4월 ‘인공지능(AI) 암센터’를 개소했다. 다음달 왓슨을 도입하는 조선대병원도 새로 여는 암센터 이름에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넣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왓슨은 미국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병원들이 앞다퉈 인공지능을 내세우면서 자칫 환자들이 왓슨을 맹신하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지난달 미국임상암학회(ASCO)에서 발표된 길병원의 왓슨을 활용한 치료 성적도 우려를 낳는 배경이다. 대장암에 대한 의사의 치료법과 왓슨이 선택한 치료법이 같을 확률이 73%로 비교적 높았으나 전이성 대장암, 진행성 위암 등은 일치율이 각각 40%, 49%에 그쳤다. 올초 왓슨을 도입한 부산대병원이 암병원 이름에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쓰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병원 측은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마치 100%에 가까운 진단 및 치료 정확도를 연상하게 할 소지가 있어 암진료센터 이름에 인공지능을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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