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사·철' 잠시 내려놓은 인문학도들…"AI·빅데이터 배울래요"

입력 2017-07-17 17:42 수정 2017-07-18 09:44

지면 지면정보

2017-07-18A12면

4차 산업혁명 '스마트 직업훈련' (3·끝) 직업훈련 선진국이 제조업 강국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 '테스트 베드' 폴리텍대…취업률·취업의 질 모두 높아 인기

고용부, 내년 전문가 600여명 추가 양성
"창의·융합형 인재 키우는 데 초점 맞출 것"

‘도심형 캠퍼스’인 한국폴리텍대 융합기술교육원에서 생명의료시스템학과 학생들이 실습하고 있다. 폴리텍대 제공

경기 분당 서현역 인근에 자리잡은 한국폴리텍대 융합기술교육원. 작년 3월 정부가 4차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해 실험적으로 설립한 ‘도심형 캠퍼스’다. 생명의료시스템, 임베디드시스템, 데이터융합소프트웨어 같은 4차 산업 관련 학과를 운영 중이다.

17일 이곳에서 만난 김민정 씨(25)는 올 2월부터 여기서 데이터융합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고 있다. 유명 사립대에서 독어과를 졸업한 그는 “취업할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술이 뭘까 고민하다가 데이터융합소프트웨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의 핵심 기술을 갖춘 취업준비생은 전쟁 같은 취업 전선에서 훌륭한 무기를 얻은 것과 다름없다. 외국계 기업부터 유망 벤처업체까지 4차 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한 인재를 서로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공계는 물론 인문계 전공 학생들이 4차 산업 기술 교육기관에 몰리고 있는 이유다.

명문대 출신도 대거 지원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자는 목적으로 작년 3월 분당에 융합기술교육원을 설립했다.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짜고 민간 훈련기관으로 이를 전파하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 베드’다.

실습형 교육 과정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곳에 인재가 몰리고 있다. 올초 신입생 60명을 모집하는데 133명이 지원해 작년(1.76 대 1)보다 높은 2.21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4차 산업 기술을 배우기 위해 연세대, KAIST, 한양대 등 명문대 출신이 대거 지원했다.

첫 수료생의 높은 취업률(92.2%)이 인기 비결이지만 이들이 취직한 기업의 ‘질’도 높았다는 평가다. 수료생은 지멘스 하나금융지주 등 유수 기업에서 일자리를 잡았다. 융합기술교육원이 지멘스, 하나은행, 분당서울대병원, 의생물연구원 등 19개 기관과 산학협력을 맺고 있는 덕분이다.

강구홍 한국폴리텍대 융합기술교육원장은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이론보다 실습에 맞춰 교육 과정을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된 한국폴리텍대 융합기술교육원 학생들이 빅데이터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 폴리텍대 제공

이공계 수요도 흡수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목마른 건 이공계 출신도 마찬가지다. 서울 지역 유명 사립대에서 바이오 관련학과를 전공한 이수진 씨(27)는 융합기술교육원 생명의료시스템학과에서 다시 공부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 실험노트도 쓰고 리포트도 제출했지만 이곳에서 하는 공부는 차원이 다르다”며 “2주에 한 번씩 기업이 실제로 작성하는 기획보고서와 비슷한 수준의 리포트를 제출해야 해서 밤새우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융합기술교육원은 강의실 한편에 학생들의 과제 성적을 1등부터 꼴등까지 적은 리스트를 붙여 놓는다.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 중 우수한 내용은 ‘굿 리포트’ 코너에 걸어둔다.

융합기술교육원 학생은 대당 6억원에 이르는 유전자 진단기계 등 최신 의료기기를 다룰 기회도 얻는다. 이광호 생명의료시스템학과 교수는 “수료생은 실제 기업에서 쓰이는 고가 장비를 다룰 줄 알아 기업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한 의료기기 업체는 석사 출신 연구원을 뽑은 자리에 융합기술교육원 수료생 4명을 채용하기도 했다. 그중엔 인문대 출신 학생도 있었다.
4차 산업 직업훈련 기관 확대

고용노동부는 4차 산업 관련 직업훈련 수요가 높아지는 것을 감안해 훈련기관을 늘리고 있다. 폴리텍대의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올해 11개 민간 훈련기관을 ‘4차 산업혁명 선도인력 양성 기관’으로 선정했다.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멀티캠퍼스, 비트컴퓨터, 한국휴렛팩커드, 대한상공회의소 등이다. 이들 훈련기관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스마트제조, 정보보안 등 4개 분야, 총 24개의 훈련 과정을 600여 명에게 제공한다. 고용부는 내년에도 600명 규모의 4차 산업 전문가 양성 과정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근로자들이 산업 구조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신산업·신기술 분야 직업교육 훈련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분당=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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