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의료계가 우려하는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추진 않겠다"

입력 2017-07-17 18:42 수정 2017-07-18 05:45

지면 지면정보

2017-07-18A8면

인사청문회

복지부 장관 후보자 서면답변

10년간 시범사업만 했는데…
"원격의료 영리화 가능성 높아
격오지 등 불가피한 경우에도 보조 인력 있어야 제한적 허용"

관련 사업 준비해오던 업체들 "적자도 버텨왔는데…" 멘붕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의료계 등에서 반대하는 원격의료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그동안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동네의원이 고사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원격의료에 또다시 제동이 걸리면서 디지털 의료 서비스에서 한국이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 후보자는 담뱃값 재인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제동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복지위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의료계 등에서 우려하는 영리화 가능성이 높은 방식의 원격의료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원격의료는) 의사와 의료인 간 원격의료를 중심으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도록 추진해야 한다”며 “격오지 군부대, 원양선박 등 의사와 의료인 간 원격의료 시행이 어려운 경우 제한적으로 보조인력을 활용하는 방법 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10여 년간 정부가 추진해온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올스톱’될 위기에 놓였다. 현행 의료법에 따라 원격의료는 의사-의료인 사이에만 허용된다.

복지부는 2010년부터 국회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의료계 반대로 통과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내 원격의료 서비스는 시범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복지부가 지출한 원격의료 사업 예산은 370억원 규모다.

◆원격의료업계 ‘망연자실’

헬스케어 업체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을 한다는 정부 약속을 믿고 적자를 내면서까지 원격의료 기기를 개발해왔다”며 “정책 방향이 하루아침에 바뀌면서 사업 불확실성만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은 24개에 이른다. 이 중 10개는 의사가 환자의 혈당, 혈압 등을 원격으로 수집 관리하고 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에 막혀 환자 진료를 위해 상용화된 제품은 없다. 기술을 개발해도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여서 관련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은 적자만 내고 있다. 인성정보는 최근 4년간 유헬스케어 사업부문에서 108억원의 누적적자를 냈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합작한 헬스커넥트도 설립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트컴퓨터 관계자는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는 통증이 없어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다가 악화되는 일이 많다”며 “이들이 건강을 제때 관리할 수 있으면 환자 건강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담뱃값 인하엔 반대

박 후보자는 담뱃값 인하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놨다. 자유한국당이 담뱃값 인하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 “담뱃값을 재인하하는 것은 금연정책 후퇴이며 정책 신뢰를 훼손하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약 8000명은 정규직으로 적극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공공투자 정책에 국민연금을 투입하는 문제에 대해선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기금운용위원회(국민연금 정책 최고의결기구) 협의를 거쳐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지현/임락근/김일규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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