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정부지원 논란

세금으로 지원한다지만…
30인 미만 사업장 실태 파악도 안돼
돈 뿌려 임금보전 하는 건 시장 교란
정부 재정부담 2020년엔 12조 넘어

< 고용부 직업상담원의 파업 > 고용노동부 직업상담원 1700여 명 가운데 공공연대노동조합 소속 900여 명이 17일 직업상담원 처우개선과 차별철폐 등을 요구하며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30인 미만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16.4%)의 절반 이상(9%포인트)을 정부 예산 3조원으로 직접 보전해주는 지원책이 현실성, 공정성, 재정건전성 등 측면에서 모두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지원 대상으로 밝힌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고용실태 파악도 안돼 있는 상태에서 3조원을 쏟아붓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게 첫 번째 비판이다. 정교한 제도 설계 없이 재정을 퍼부을 때 수반되는 편법 수급 등 도덕적 해이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로 인한 재정 낭비도 불을 보듯 뻔하다.

◆고용 실태 파악도 안돼 있는데…

정부가 지난 16일 내놓은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의 핵심은 30인 미만 사업장 소속 218만 명가량의 저임금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뿐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책인지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고용 실적, 생산성, 임금 추이 등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해야 하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실태조사가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미달자가 몰려 있는 근로자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고용노동부가 매달 벌이는 사업체 조사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경영계가 제안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도 제대로 된 통계와 실태조사가 없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한 부처 관계자는 “지원금을 줄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획재정부가 현실도 모른 채 쫓겨서 책상머리 대책을 내놓은 것 같다”고 했다.

정부 지원금을 사용자가 신청해 받도록 한 것도 산업 현장의 수요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편의점과 같이 24시간 운영하는 자영업은 아르바이트생 숫자가 많고 자주 바뀌기 때문에 사업주가 일일이 지원금을 신청하기가 어렵다. 4대 보험 가입을 지원 조건으로 삼고 있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불만도 많다. 서울의 한 음식점주는 “고용주에게 모든 일을 떠넘기지 말고 차라리 임금 수령자가 고용주에게서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관청에 가서 직접 신청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럴해저드 우려”

시장 공정성을 해치는 정책이라는 반발도 크다. 정부가 지나치게 민간 기업의 임금에 개입함으로써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는 얘기다. 지난 15일 열린 최저임금위에서도 일부 공익위원은 “정부가 돈을 뿌려서 임금을 보전하는 것은 시장 교란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편법 수령 등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도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나 기존 30인 이상 중소기업 대표들이 ‘쪼개기’를 통해 30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3조원이 쓰이는 사업이기 때문에 관리감독과 같은 직간접적인 운영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상공인을 배려해 최저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합리적인 방안이 있는데도 일단 과도하게 올려놓고 ‘피해보상식’으로 후속대책을 내놓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재정 부담 눈덩이

재정지원 규모가 내년에는 연간 4조원 이상으로 추산되지만 내년 이후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한번 선례를 남긴 만큼 앞으로 노동계는 정부 재정 지원을 내세워 더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내년 최저임금 16.4% 인상을 기반으로 단순 계산하면 정부의 재정부담은 2019년 8조원 이상, 2020년 12조원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심은지/서기열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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