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고율인상 정부 유도 '의혹'

입력 2017-07-17 17:53 수정 2017-07-18 09:24

지면 지면정보

2017-07-18A4면

최저임금 정부지원 논란

공익위원 "정부가 8% 인상분은 지원하겠다는 설명 미리 들었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각본에 따라 움직인 느낌"

< “사퇴합니다” >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을 맡았던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오른쪽)과 김대준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이 17일 서울 신대방동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위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른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됐다. 일부 사용자 측 최저임금심의위 위원 사이에서 정부가 공익위원들과의 물밑거래를 통해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을 사실상 유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최저임금심의위는 최저임금을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 최종안을 놓고 투표로 결정했다. 어수봉 위원장은 전체회의에서 “양측의 인상안을 놓고 표결에 부쳐 표를 많이 얻은 한쪽의 인상안을 채택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공익위원들이 칼자루를 쥐게 된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이 최종안을 내놓기 직전 공익위원들에게 정부의 후속대책을 미리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익위원은 “기획재정부 측이 최저임금이 정부의 가이드라인대로 15.6% 인상될 경우 예년 인상분(7.4%)을 초과하는 약 8% 인상분에 대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방침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했고 이는 투표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은 각각 12.6%와 16.4%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공익위원 9명 중 6명이 16.4% 인상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 사용자 측 위원은 “뭔가 각본에 짜여진 대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며 “정부가 표결을 앞두고 공익위원들이 높은 인상률을 선택하도록 설득한 셈”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측이 예상보다 높은 인상률의 최종안을 낸 것도 이런 정황이 영향을 미쳤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공익위원들이 정부 측으로부터 미리 대책을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이 때문에 사용자위원 사이에서는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대폭 높이는 쪽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사용자 측 위원으로 참여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본래 중기·소상공인 대표들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 최종안으로 올해보다 7.9% 인상된 6980원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런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일부 사용자 대표가 최종안을 더 높게 써야 한다고 주장해 결국 12.8% 오른 7300원을 써내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용자 대표는 “아마 노동계도 이런 분위기를 듣고 최종안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춘 16.4% 인상안을 냈을 가능성도 있다”며 “사실상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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