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추경으로 공무원 늘리는 게 맞나

입력 2017-07-17 18:02 수정 2017-07-18 01:09

지면 지면정보

2017-07-18A35면

"30년간 21조 소요될 공무원 증원
복지서비스의 국공립화도 문제
미래세대 부담주는 추경은 곤란"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하고 있다. 이번 추경예산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기존의 경기부양형 추경과는 사뭇 다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향후 추경비용보다 훨씬 큰 ‘의무적 지출’을 강요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첫째, 공공부문 신규 일자리로 1만2000명의 공무원과 사회서비스 일자리로 2만4000개, 노인 일자리로 3만 개를 만든다는 것이다. 둘째,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180개 더 세우고, 치매안심센터를 47개 소에서 252개 소로, 치매안심병원을 34개 소에서 79개 소로 확대 신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체감경기의 위축에 따른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우선, 추경에 반영된 공무원 1만2000명 채용 비용은 80억원으로 마감되는 것이 아니다. 신규 공무원들은 철밥통이 돼 30년 이상 근무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내년 이후의 정부부담은 작년 기준 공무원 평균연봉을 5892만원으로 가정할 때 현재 가치로만 21조2000억원이 된다. 또 이들이 퇴직한 뒤에는 연금도 보장해 줘야 한다. 이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무원 증원은 정부의 직접고용이어서 고용증대의 가장 확실한 정책일 수 있고 국민안전이나 민생 관련 부문에 공무원 수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공공부문도 자본집약적 투자를 통해 업무에 효율화를 기해야 한다. 더 구체적인 로드맵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의 도구들을 활용한 소방 및 경찰, 안전 장비의 초현대화, 선진국 수준의 유아시설 질적 개선 등이 우선돼야 한다.

둘째, 국공립 유아시설이나 치매 관련 시설의 신설 역시 단순히 설계비나 건축비만으로 지출이 마감되는 것이 아니다. 운영에 따른 인력 및 운영비도 지속적으로 충분히 제공해야 국민이 만족하는 양질의 복지서비스가 제공된다. 그리고 졸속으로 이뤄지는 신설 결정은 지역 간 경쟁적인 과잉 공급을 낳아 결과적으로 예산 낭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복지시설의 국공립화는 국민이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은 있으나, 실질 운영비와의 차이는 결국 세금으로 국민이 메워야 한다. 결과적으로 총비용은 추경의 범위를 훨씬 넘어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복지서비스의 국공립화는 전국의 모든 시설이 같은 기준과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서 서비스 이용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목적에 충실한 민간시설이 존립할 수 있는 환경과 이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수요자들이 개인적 선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시설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만족도를 훨씬 더 높일 수 있다. 모든 복지시설의 국공립화보다는 민간부문의 참여를 독려하고 서로 경쟁할 수 있도록 육아 바우처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위한 복지예산만 있고 체감경기의 악화에 따른 저소득층의 생계보호와 대우조선이나 한진해운 사태 등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 및 근로자 대책 등은 없다. 이들은 이미 정치권에서 잊혀진 것 같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2%대 후반으로 상향 조정되고 세수도 예상 밖으로 더 걷히고 있다면 추경은 취약계층 보호에 더 집중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공약 의지만을 반영하려고 한 임시변통적 추경은 향후 돌이킬 수 없는 지출로 이어지면서 다음 세대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급조된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는 국민의 혈세가 바로 공무원을 포함한 공공부문 근로자의 보수로 이전되는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공공부문의 성격은 노동집약적이어서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도 낮다. 추경은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민간 경제활동의 규제완화를 위한 선제적 지원과 빈곤층 보호에 더 집중해야 한다.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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