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최저임금 문제
비용 상승이 을과 을의 싸움 초래하지 않도록
비용 분배에 신경을 써 부작용 최소화해야"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
내년 최저임금이 우여곡절 끝에 7530원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서 2020년을 목표로 한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서막이 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부의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필자 역시 이런 정책 철학에 공감한다. 다만 이에 대해 몇 가지 단상을 말하고자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통계적으로 소득분포의 왼쪽 꼬리 부분을 특정 값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정규분포를 가정할 경우 누적확률분포에서 왼쪽 2.5% 이하 부분을 2.5% 수준으로 통일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계학에서는 ‘윈소라이징(winsorizing)’이라고 한다. 이럴 경우 당연히 분포 형태 및 성질이 변화하게 된다.

첫째, 소득불균형 개선 효과는 생각처럼 크지 않다. 앞선 예의 경우 분포의 퍼짐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인 표준편차는 원래의 2.8% 정도 감소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5% 수준으로 더 높일 경우 표준편차는 추가적으로 1.6% 정도 줄어든다. 즉, 소득불균형 감소는 최저임금 인상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폄하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 제도는 최저 생계비를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여 최소한의 경제적 존속이 가능하도록 하는, 일종의 사회안전망 정책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 최저임금 문제는 부의 불균형 해소보다는 복지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둘째, 분포 어딘가에 손을 댈 경우 다른 성질도 바뀌게 된다. 앞서 본 예의 경우 왼쪽 2.5% 수준에서 최저임금을 설정할 경우 분포의 평균은 0.95% 정도 상향 조정된다. 5%로 상향 조정하면 이 값은 2.1% 정도 높아진다. 최저임금 정책, 그 자체는 부가가치를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평균을 높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나머지 경제주체가 높아진 평균만큼 소득이 줄어야 한다. 즉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시장 자율에 맡긴다면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할까.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소득의 대체관계는 소득의 근접성에 비례한다. 비슷한 소득일수록 이해관계가 상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최저임금에 가까울수록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편의점 아르바이트 학생의 임금 인상은 곧바로 편의점주가 부담한다. 따라서 최저임금 수준의 오른쪽에 있는 편의점주 소득이 줄어들면서 최저임금 수준에 가까워지는 ‘중력효과(gravity effect)’가 발생한다. 물론 자영업자나 영세중소기업도 고용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최저임금 정책은 시장에 맡길 경우 왼쪽 꼬리 근처의 형태 변화만 초래할 뿐 이와 멀찍이 떨어진 오른쪽 꼬리 부분은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한마디로 ‘을(乙)과 을의 싸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정책의 핵심은 얼마만큼 올릴지 못지않게 어떻게 비용을 분배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속 조치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에 3조원을 직접 지원하고, 신용카드 우대수수료 적용 대상을 확대하며, 이들의 의료비와 교육비 세액공제한도도 높인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따라서 카드사와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직접적 비용을 부담한다. 간접적인 인플레이션 세금 역시 전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보다 정교한 비용 배분이 요구된다. 이들의 소득과 연관성이 높고 소득이 높은, 오른쪽 꼬리에 해당하는 주체들이 더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합목적적이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업체나 임대업자들이 대표적이다. 프랜차이즈 업체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이 해결한다고 해도 최근 꼬마빌딩까지 싹쓸이하는 일부 부유층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결국 임대료가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방증이 될 것이다. 또 임금 인상으로 촉발될 수 있는 물가 인상으로 인해 가장 이익을 보는 주체가 건물주다.

시장에 손을 대면 시장은 시장 논리에 따라 반응하게 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정확히 예단하기 쉽지 않다. 일단 손을 댄 이상 정부는 정교한 비용 계산 및 배분 정책과 함께 시장 반응을 예의 주시하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ahnd@kcm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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