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원전 공사 중단 논란

한수원 "영구 중단 반대"…복잡해진 정부 셈법

이사회에 결정권한 있지만
중단시 1.6조 초대형 손실…한수원 배임에 휘말릴 우려

이행 강제수단 마땅치 않아
이사회 물갈이 쉽지 않고 주총 결의땐 위법 소지

특별법,국회 통과도 험난
야당서 영구 중단에 반대…재산권침해 논란 가능성도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일시 중단되면서 바삐 오가던 트럭들이 17일 운행을 멈춘 채 울산 울주군 공사 현장 인근 공터에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영구 중단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설사 공론화위원회에서 영구 중단으로 결정나더라도 한수원에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공론화위원회 결정은 법적 강제성이 없고, 신고리 5·6호기 영구 중단을 결정할 최종 법적 권한은 한수원 이사회에 있다. 정부가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지난 14일 일시 중단 때처럼 영구 중단을 밀어붙였다가는 위법 논란과 정치적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결국 특별법 제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불투명할 전망이다. 이래저래 영구 중단은 ‘산 넘어 산’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관섭, “영구 중단 공론화”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영구 중단은 한수원 이사회가 결정하기보다는 공론화 과정에서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은 “공론화 결론의 이행 절차에 대해 한수원은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며 “공론화 결과에 따른 집행 절차 역시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공론화위원회에 영구 중단의 공을 넘긴 셈이다. 이 사장은 ‘한수원이 최종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여러 상황을 가정해서 얘기하는 게 현명한 대답은 아닌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한수원의 자체 법률 검토 결과를 반영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이사회에서 영구 중단을 결의하면 이 사장을 비롯한 회사 이사들의 법적 책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인 강제성이 없는 공론화 결과를 근거로 회사에 약 1조6000억원의 초대형 손실이 예상되는 영구 중단을 결정하면 민·형사상 배임 문제에 휘말린다는 우려다. 한수원 노조는 이사회의 일시 중단 결정에 대해서도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수원 이사들 사이에 ‘더 이상 법적 리스크를 질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특별법 제정도 만만찮아
한수원이 영구 중단을 결정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대응이 마땅치 않다. 정부가 대주주(지분율 51.1%)이자 한수원의 100% 모회사인 한국전력을 통해 한수원 이사들을 해임하고 영구 중단에 찬성하는 이사로 갈아치우는 방법이 있긴 하다. 이 경우 강력한 정치적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수원 주주총회를 열어 영구 중단을 결의하는 방안도 있지만 위법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원칙적으로 주총은 경영 사항에 대해 결의할 수 없다. 특히 상법 393조에서는 ‘중요한 자산의 처분은 이사회 결의로 한다’고 못박고 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회사 존립이 걸려 있는 경영 사항에 대해 예외적으로 주총 결의를 인정한 판례가 있긴 하지만 한수원 사례가 해당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사장이 주장하는 대로 특별법 제정으로 영구 중단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4월 대표발의한 ‘원자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 및 에너지전환 특별법’은 신규 원전 공사를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을 손질하거나 비슷한 새로운 법률을 발의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주요 야당이 영구 중단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재산권 침해 등에 따른 위헌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이동일 법무법인 미담 변호사는 “한수원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원전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특별법을 적용하더라도 공사 중단에 따른 피해는 보상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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