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6개월]

노골적인 美우선주의…한미 FTA도 기로

입력 2017-07-17 07:03 수정 2017-07-17 07:03
TPP 전격 폐기·나프타 재협상에 이어 "한국과 '나쁜 거래' 재협상" 선언
러시아 스캔들에 국정과제 표류로 힘든 트럼프, '무리한 요구'로 돌파구 찾을수도


거침없는 언행과 논란을 야기하는 정책 때문에 지난 1월 취임 후 6개월 동안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건강보험 제도 개정,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북한 핵 문제 대응을 비롯한 대외 정책 등을 놓고 끊임없이 좌충우돌하며 임기 초반부터 국정을 힘겹게 수행해 왔다.

그러나 그가 내세우는 국정 기조와 정책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저항이 적은 부분이 있다.

지지층들이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유이자 '러시아 스캔들'로 흔들리는 트럼프 정부를 뒷받침하는 버팀목이기도 하다.

바로 "미국 우선(America First)"의 기조 아래 펼치는 무역 불균형 해소와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악재로 휘청거릴 때마다 "국민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겠다"던 대선 공약을 자신의 '존재 이유'로 내세우며 정면 돌파를 시도해왔다.

정권 초반이긴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이런 방식이 먹혀드는 모양새다.

취임하자마자 미국,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잠재적 참사'로 규정하며 망설임 없이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하더니,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마저 불평등 협상으로 규정하고 탈퇴 가능성을 협박하며 재협상 절차에 착수했다.

미국 국민은 무역 문제와 관련한 이 같은 트럼프의 행보에 불만보다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우세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여세를 몰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까지 칼끝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취임 반년을 일주일 여 남긴 지난 12일 미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개시하자고 공식으로 요구한 것이다.

사실상 '재협상' 절차를 시작한다는 선언이었다.

협정 개정 요구의 이유는 무역 불균형과 미국 수출품에 대한 한국의 장벽 완화 등이다.

한국에 대해 미국산 수입을 늘리고 수출 흑자를 줄이라는 요구임은 물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USTR 발표 직후 이번 협상 요구가 본격적인 '재협상(renegotiation)' 요구임을 직접 확인했다.

그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프랑스로 향하던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한국과 재협상(renegotiating)을 다시 시작했다.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과도 나쁜 거래(bad deal)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한국을 보호하고 있지만, 무역에서 한해에 400억 달러를 잃고 있다.

이건 끔찍한 거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후속협상 또는 개정협상이란 용어 대신 재협상이란 표현을 쓴 것은, 이번 협상을 통해 협정의 일부를 보완하는 것을 넘어 처음부터 끝까지 협정을 새로 만들자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과 같은 국내 다른 정치 현안에서 코너에 몰리면 한미 FTA와 나프타 등의 재협상 문제로 관심을 돌리고자 더욱 강경한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작지 않다.
'전쟁'의 속성이 국내의 정치적 불만과 갈등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것이란 점에서 국가 간 '총성 없는 전쟁'인 무역 협상을 통해 국민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고 단합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안 그래도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협상 도중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를 놓고 우리 정부는 긴장의 끈을 한 시도 풀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물론 양자 무역협정을 개정할 때에는 미 의회의 승인을 통한 권한 양도를 받아야 하지만, 미 의회 역시 대(對)한국 무역 적자를 개선하는 부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협정 체결 당시에만 해도 우리나라에 불평등 조약이라는 야당의 반발과 반대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역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나라에 실보다 득이 많은 것으로 인식돼온 한미 FTA의 운명이 이제 '트럼프 변수'로 갈림길에 섰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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