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멘붕 "비용 연쇄상승…인력 줄이거나 동남아로 갈 수밖에"

입력 2017-07-16 18:17 수정 2017-07-17 10:22

지면 지면정보

2017-07-17A3면

2018년 최저임금 7530원

최저임금 급등에 '감원 후폭풍' 예고
"앞으로도 계속 문제…빚 내서라도 자동화
외국인 인건비 월 300만원, 어떻게 버티나"
최저임금위원회 중기·소상공인 대표 전원사퇴

< 자료 살펴보는 공익위원들 >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노사의 최저임금 인상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는 최대한 공장을 자동화해 인력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어요.”(인천의 도금업체 K사장), “건자재는 내수형 산업이라 그동안 국내에서만 생산해왔는데 국내에 지으려던 2공장을 포기하고 베트남이나 미얀마로 나갈 생각입니다.”(충남의 건자재업체 L사장)

내년도 최저임금이 16.4% 올라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되자 중소기업계는 한마디로 ‘멘붕’에 빠졌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김영수 시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6일 “지금도 최저임금을 못 지키는 업체들이 많다”며 “영세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이 대거 범법자로 내몰릴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 고민하는 勞·使 대표들 >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사용자 측 위원과 근로자 측 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원 회오리 몰아닥칠 듯

중소기업계는 이번 결정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인력 감축과 해외 진출이다. 인력 감축은 공장 자동화를 통한 인력 절감과 일방적인 감원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도금업체 K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당장 내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게 분명하다”며 “빚을 내서라도 자동화를 통해 인력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곧바로 감원하겠다는 업체들도 있다. 수도권의 한 인쇄업체는 일감 부족에 최저임금마저 오른다는 소식에 최근 40명인 인원을 30명으로 10명 줄였다. 이 회사는 앞으로 10명을 더 줄일 예정이다. 감원의 근본 요인은 불경기지만 최저임금의 급등도 이런 결심을 앞당기게 했다. 충남의 기계업체 B사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역시 절반으로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을 표방하는 새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감원으로 연결되면 오히려 근로자 삶의 질이 떨어지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조사한 내용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중소기업 332곳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고율 인상 때 대응 방안을 설문조사(복수 응답)한 결과 가장 많은 56%가 ‘신규 채용 축소’를 꼽았다. ‘감원’하겠다는 기업도 41.6%에 달했다.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 급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얼마나 크기에 중소기업들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할까. 가장 걱정이 많은 업종은 도금 열처리 주물 등 뿌리기업이다. 이들은 생산현장을 주로 외국인 근로자로 채우고 있다. 대개 외국인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주물업체 C사장은 “최저임금을 줘도 잔업수당 특근수당 상여금 4대보험 등을 감안하면 1인당 비용이 월 250만~280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 내년엔 월 인건비가 300만원 안팎이 된다”며 “회사 존립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중소 제조업체 250개 사를 대상으로 한 ‘외국인 근로자 임금실태조사’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인건비(기본급+초과수당)는 208만5785원이었다. 여기에 식사 기숙사 등 각종 부대비용이 46만387원이었다. 합치면 254만6172원이다. 이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6030원인 작년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어서 내년(7530원)에는 1인당 월 비용이 300만원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이들 업종에선 경영난에 시달리는 업체가 많다. 경기에서 가구 부품을 만드는 B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단지 기업의 인건비 상승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며 “원자재 가격, 운임, 파트타임 근로자 인건비 등이 연쇄적으로 오르게 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 기업들이 15조20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기중앙회는 “앞으로 최저임금 부담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표로 참여한 인사들은 이날 최저임금위에서 사퇴하기로 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위가 정부로부터 독립된 최저임금 심의기구임에도 새 정부 공약과 포퓰리즘적인 정치 논리에 의한 정권 하수인 역할만 하고 있다”며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배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결정임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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