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베저스의 '슈퍼마켓 전쟁'

입력 2017-07-16 17:33 수정 2017-07-17 10:14

지면 지면정보

2017-07-17A34면

투자자의 단기성과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장기투자 밀어붙이는 베저스의 도전정신
그것이 바로 아마존발 유통혁명의 본질

박종구 <초당대 총장 >
‘온라인 유통 거인’ 아마존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달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를 134억달러에 인수해 식료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월마트는 이에 맞서 온라인 남성 의류업체 보노보스를 3억1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양대 기업의 유통 대전이 시작된 것이다.

1997년 기업공개 이후 끝없는 혁신으로 성공신화를 창출해 온 아마존은 이번 인수합병으로 5년 안에 5대 오프라인 유통업체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160억달러 매출에 460개 매장을 갖춘 홀푸드 인수로 시장점유율 1위 월마트의 텃밭에 뛰어들었다. 월마트는 식료품 부문에서 매출의 60%를 창출하고 있어 슈퍼마켓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온라인 쇼핑은 유통 부문의 고용 창출을 주도해 왔다. 2002~2016년 전자상거래 일자리는 334% 증가한 반면 창고형 매장이나 슈퍼마켓은 80% 증가에 그쳤다. 반면에 백화점은 25% 감소했다. 유통 전문가 에럴 슈웨이저는 “식료품 시장에서 온라인 쇼핑이 급속히 주도적 위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마존은 창업 23년 만에 34만 명의 거대 유통기업으로 급성장해 양질의 고용 창출자임을 잘 보여준다.

홀푸드 인수에서 최고경영자 제프 베저스의 혜안을 엿볼 수 있다. 식료품 시장에서 성장률이 높은 유기농 식품의 마켓 리더가 되려는 속셈이다. 유기농 식품은 전년 대비 8.4% 성장할 정도로 전망이 밝다. 아마존의 순마진은 1.7%인 반면 홀푸드는 3.2%로 수익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 작년에만 70억달러의 배송 손실이 발생했는데 홀푸드 매장을 중간 거점화할 경우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홀푸드의 주 구매층이 부유한 지역의 고소득 가구인 까닭에 고객 저변 확대에 기여한다. 기존에 선보인 계산대 없는 매장 ‘아마존 고(GO)’나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처럼 소비자 기호나 구매 패턴, 배송 방법 등에 관해 유용한 테스트 베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아마존의 유통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투자자들의 단기 성과 압력에 굴하지 않고 투자를 늘려온 베저스의 장기 비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5000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가진 아마존은 20년간 누적 흑자가 57억달러에 불과하다. 월마트는 작년에만 14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베저스에 대한 신뢰가 적자나 실패를 기꺼이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연평균 1300달러를 지출하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야말로 소중한 자산이다. 연 99달러 회비로 1~2일 내 무료 배송이 가능하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의 장애물을 제거해 나가는 특유의 전략을 쓰고 있다”고 평가한다. 물류와 데이터를 동시에 보유한 것이야말로 최고의 강점일 것이다. 창고, 트럭, 드론(무인항공기) 등 배송에 필요한 거대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 금액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홀푸드 인수는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 인수도 풍부한 콘텐츠 확보를 위한 승부수라 할 수 있다. 베저스는 “2~3년 내 돈 벌 생각이었다면 킨들 태블릿,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사업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모하다고 할 정도의 도전정신이 아닐 수 없다.
클라우드 서비스(아마존 웹 서비스)는 베저스의 뚝심이 거둔 위대한 성과다. 올 1분기 36억6000만달러 매출에 8억9000만달러 순익을 기록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넷플릭스 등이 주요 고객이다. 아마존 총수익의 89%를 창출한다.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경쟁 기업을 압도한다. 영업이익률이 25%에 달한다. 신성장동력이 아닐 수 없다.

아마존 행보에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전자상거래가 핵심 역량인데 로봇 제조, 콘텐츠 배급 등 지나치게 다각화하는 것은 문어발식 경영에 대한 위험 신호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비자 복지’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저가 정책으로 반(反)독점의 폐해를 피해 간다는 지적도 있다. 각종 서비스를 끼워 파는 방식을 통해 소비자 선택을 제약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자책 판매의 74%, 인터넷 판매의 43%를 차지하는 아마존발(發) 유통혁명이 글로벌 경제의 생태계를 흔들어 놓고 있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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