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슈프림X루이비통, 뒷골목 주름잡은 악동 패션 럭셔리를 홀리다

입력 2017-07-16 15:13 수정 2017-07-16 15:13

지면 지면정보

2017-07-17E10면

브랜드 스토리 (4) 슈프림

매주 목요일 뉴욕 매장엔 '극소량 신상품' 사려는 전 세계 팬들로 긴 행렬

매장 문턱을 없애 스케이트 보드 타고 쇼핑

브랜드 새긴 빨간 벽돌, 이베이서 115만원에 팔려
로고만 들어가면 '완판'

요즘 전 세계 패션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는 슈프림(SUPREME)이다. 1994년 탄생한 미국의 스트리트 브랜드가 어디까지 영역을 확장할지가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젊은이들이 꼭 갖고 싶어하는 브랜드가 된 슈프림은 ‘뒷골목의 샤넬’로 불린다. 매주 목요일만 되면 신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는 풍경은 슈프림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매장 안을 유유자적 돌아다니면서 쇼핑하는 것도 ‘슈프림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4개국에서만 매장을 운영하는 데다 한정판은 딱 400개씩만 만들기 때문에 슈프림 제품을 입는다는 건 “나 핫한 패션피플이야”를 상징하는 행위로 인식된다.

패션계에 분 ‘슈프림 신드롬’

슈프림 창업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온이라는 편집숍에서 근무하던 제임스 제비아다. 그는 1990년대 어둡고 분위기 잡는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에 불만이 많았다. 패션의 중심지인 뉴욕 소호로 넘어가 밝고 경쾌한 브랜드를 만든 것이 슈프림이다. 초기 매장 인테리어를 흰색으로 통일했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들어올 수 있게 문턱을 없앴다. 보더들이 하나둘 관심을 보이며 매장을 찾기 시작했고 ‘드롭’으로 불리는 판매 방식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드롭은 매주 목요일 신제품을 극소량만 판매하는 슈프림만의 독특한 시스템으로, 매출을 극대화하기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한 번에 10명씩만 입장시키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몇 시간씩 기다려 제품을 사야 한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협업(컬래버레이션)을 자주 진행하지만 슈프림은 1990년대부터 협업 전략을 구사했다. 단 모든 협업 제품을 400개씩만 판매했다. 줄을 서도 1인당 한 개씩만 구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베이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슈프림 제품을 적게는 2~5배부터 많게는 30배까지 부풀려 되파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마저도 사겠다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슈프림 제품은 희소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슈프림의 인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창업자가 ‘재미’로 내놓은 빨간 벽돌이다. 슈프림이라는 로고를 새겨서 1개당 3만5000원에 판매한 이 벽돌은 이베이에서 115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2월 뉴욕 지하철역에서 판매한 슈프림 메트로패스는 6000원짜리가 10만원에 올라왔다. “슈프림만 새겨져 있으면 다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패션업계에 ‘슈프림 신드롬’이 생겨났다.

소유욕 자극하는 협업 전략

슈프림과 루이비통의 만남은 그래서 더 주목받았다. 올해 초 열린 루이비통의 봄·여름 파리컬렉션은 슈프림과의 협업 제품을 처음 공개한 자리였다. 전 세계 패션업계는 “드디어 슈프림과 루이비통이 만났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7800만원에 달하는 스케이트보드 케이스는 수량 자체가 너무 적어 예약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마저도 못 구한 사람들은 수억원에 사겠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협업제품을 서울에서 팔기 시작할 때도 남다른 방식을 택했다. 일정과 장소를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다. 팝업스토어(임시매장) 개점 당일이었던 지난달 30일 밤 12시가 됐을 때 루이비통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정을 기습 공지했다. 날짜 공개만을 기다리던 마니아들은 팝업스토어로 운영한 서울 청담동 루이비통 매장 앞에 진을 쳤다. 1인당 구입할 수 있는 개수에도 제한을 뒀다. 가죽 제품 2개, 신발 2개, 의류 2개, 액세서리 1개 등 최대 7개만 살 수 있었다. 가죽 재킷이 600만원대, 스니커즈 110만원대, 반다나 44만원, 모자 60만원대, 가죽벨트 90만원대 등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제품을 싹쓸이해갔다.
일본에선 더했다. 일본에서 83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 히카킨 씨는 이번 협업 제품을 1억원어치 넘게 샀다고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200만원대 재킷과 100만원대 스니커즈, 예약주문한 6000만~7000만원대 트렁크 2개까지 총 1억5200만원(1500만엔)어치를 구입했다는 것. 슈프림이 공식 매장을 운영하는 일본에선 마니아층이 더 많이 몰려 경찰이 오는 등 안전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슈프림 창업자인 제비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의 비결을 밝혔다. “딱히 비결이랄 것은 없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팔기 때문에 비즈니스가 잘되는 것이다”고 답했다. 그는 왜 400개만 만들어 파느냐는 질문에 “600개 만들면 600개를 다 팔 수 있지만 나는 무조건 400개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전략이 더 슈프림 제품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자극한다는 분석이다. 슈프림은 미국 뉴욕과 LA,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일본 도쿄와 나고야 등에 총 1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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