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 협상

트럼프 발언 반박
미국도 한국과 FTA가 손해 아니라는 것 알아
억지주장엔 강단 보여야
2006~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이끈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은 14일 “한·미 FTA는 끔찍한 딜(horrible deal)”이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끔찍한 말을 했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 후 12일 만에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한 데 대해 “당초 북미자유무역협정(NATFA)이 자리잡고 난 뒤 (미국 측 요구가) 올 줄 알았는데 미국의 액션이 빠르다”며 “(미국과 마주앉게 될 때) 논리에는 논리로 얘기해야 하지만 계속 억지 주장을 하면 우리도 강단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본부장은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측과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면서 ‘검투사’로 불렸다. 2010년 한·미 FTA 재협상 땐 협상 전략 차원에서 “협정문 원문에서 점 하나, 콤마 하나도 안 고치겠다”고 말할 만큼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도 “국익에 손해가 되는 주장이면 (미국의 요구 사항을) 당연히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도 한·미 FTA가 자기들한테 손해가 아니란 걸 안다”며 “미국이 이것저것 다 싫다면 한·미 FTA를 없애야겠지만 그렇게 되면 미국도 무역적자가 커질 테니 그 말을 꺼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200억달러 이상 적자를 냈다. 하지만 미 상무부 산하 연구소는 한·미 FTA가 없으면 적자폭이 400억달러로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김 전 본부장의 발언은 이 같은 미국 측 분석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한·미 FTA는 성공한 협정”이라며 “세계 교역이 줄었을 때도 양국 간 교역은 늘었다. 미국도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올랐고 우리도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올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국이 자동차 적자가 많다, 무역적자가 많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데 대해서도 “우리 자동차 시장은 이미 개방돼 있는데 팔리는 수입 차는 대부분 유럽 차”라며 “정부가 무슨 수로 시장에 개입해 ‘유럽 차 사지 말고 미국 차 사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5년 전 시장 개방이 덜 됐을 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는 데 대해서도 “문제 삼는 게 환경 기준 아니면 안전 기준인데 (그런 기준은) 미국도 있고 한국의 환경 기준은 유럽보다 높지도 않다”며 “이미 5년 전 한·미 FTA 협상 때 미국이 그 기준을 도저히 못 지키겠다고 해서 업체당 연간 2만5000대까지는 미국 기준만 지켜도 우리 기준을 맞춘 거로 간주하기로 했는데 아직 2만5000대도 못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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