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시네마LED가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그 바람에 영화관 하면 당연시되던 영사기가 사라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세계 영화관의 10%를 시네마LED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게 실현된다면 또 하나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고 할 만하다.

무엇보다 산업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존속적 또는 현상 유지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는 출발이 다르다. 기술, 가격, 시장 측면에서 그렇다. 먼저 영사기 대체 가능성이다. 세계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이 프랑스 파리에서 상영된 1895년 이후 영사기는 기술적 진화를 해왔다. 하지만 시네마LED는 화질과 색상 등에서 기존 스크린과는 확연히 차이 난다는 평가다. 소위 ‘경로 의존성’을 충실히 따르던 영사기로서는 122년 만에 새 경쟁자 출현으로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시네마LED의 경제성도 주목할 점이다. 10만 시간 넘게 재생할 수 있어 수시로 램프나 레이저 모듈을 교체해 줘야 하는 영사기보다 유지비용이 적게 든다는 분석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파괴적 혁신 가능성이 엿보인다.

혁신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시장 측면에서도 그렇다. 지난해 세계 영화 상영관 수는 16만 개에 달했다. 주목할 것은 상영관 수가 정체하는 게 아니라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흥국 등의 경제성장과 소득 증가로 2020년엔 20만 개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시네마LED가 레스토랑 등과 결합하면서 상영관이라는 개념 자체를 바꿔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영화관의 10%를 시네마LED로 장악하겠다는 계획, 또 이를 통해 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겠다는 청사진이 단순히 의욕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 영화 콘텐츠가 선전하는 가운데 영화산업의 기술적 혁신이 한국에서 시작된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이게 바로 서비스와 제조의 융합이요, 신시장 창출이다. 한국 경제가 ‘혁신주도 성장’으로 다시 일어서려면 시네마LED 같은 파괴적 혁신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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