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공공투자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이 지난 6일 한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이 공공임대주택이나 국공립 보육시설에 투자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다.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조기 고갈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인구가 늘어나면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많아지는 시기를 늦출 수 있는 만큼 출산율 제고 정책에 국민연금 돈을 써야 한다는 논리다.

국민연금의 공공투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걸며 논란이 본격화됐다. 국공립 보육시설이나 공공임대주택 등 제한된 분야에 대한 투자 목적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발행하는 국공채를 국민연금이 사들이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와 여당의 이 같은 주장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지난 4월 말 기준 578조원까지 늘어난 국민연금 적립금을 경제 및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이 낸 돈이기 때문에 기금운용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국가 미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부조인 국민연금 기금을 정부가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데 수익률과 안정성 이외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면 투자 손실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국민연금기금의 관리·운용 방법 중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를 삭제하는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찬성 - 공공임대주택·보육시설 투자로…출산율 높아지면 연금재정에 도움

국가·지자체 채권인수 방식…안정·수익성 확보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작년 말 기준 558조원으로 세계 3위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36%로 세계 1위다. 매년 수십조원의 신규 자금이 들어온다. 다른 투자 기관에 비해 여유 자금이 많기 때문에 국민연금기금을 우선적으로 공공투자에 활용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2040년에 23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 이후로 2060년까지 빠르게 고갈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면서 국민연금 가입자는 줄고 연금수급자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미래 수익률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고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도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둘째, 보험료를 올리는 방안이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사회적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마지막 방안은 생산가능 인구를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국가는 공공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주택난, 취업난, 보육문제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13년 기준 한국 국민 의료비(공공과 민간의료비 합계)는 91조원으로 GDP의 6.9%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9%)보다 낮다. 한국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중(재고율)은 2014년 기준 GDP 대비 약 5.5%로 역시 OECD 평균(11.5%)보다 낮다. 국공립 유치원의 경우 학부모의 추가 부담이 2014년 기준 월 4만8000원인 데 비해 민간 유치원은 월 18만원(기본 항목비 11만4000원, 특별활동비 6만7000원)으로 4배에 달한다.

어린이집도 국공립 어린이집의 월 평균 학부모 부담액은 8만원 정도지만 민간 어린이집은 12만5000원이다. 누리과정을 통해 학부모에게 보육과 교육비를 지원해도 민간공급자가 다수를 차지하면 민간시설의 영리추구 행위로 인해 효과가 떨어진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해 임대주택, 보육시설, 복지시설 등에 공공투자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국민은 국민연금기금이 직접 공공투자를 한다고 오해하고 있다. 직접 투자해서 적자가 발생하면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고 고갈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추진하는 공공투자는 이런 방식이 아니다. 국민연금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기금의 안정성, 수익성, 공공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분산투자 차원에서 채권에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 앞으로 기금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산배분전략 차원에서 채권 투자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공공투자도 특수 채권을 매입해 확정 이자와 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금에 손실을 안겨줄 위험이 적다. 오히려 기존 국채보다 가산 금리를 더 줄 수 있어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요약하자면 공공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손익과 상관없이 국민연금은 안정성, 수익성 그리고 공공성을 보장받는다. 공공투자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면 국가재정에 문제가 되지만 공공투자의 90%를 차지하는 임대주택건설 등은 일정 기간(20년 이상) 임대 후 분양할 수 있기 때문에 토지매각 대금 및 임대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국가재정에도 큰 부담은 없다는 뜻이다. 생산가능 인구 증가 등 경제적 파급효과(생산인구 증가 등)까지 생각한다면 국민연금기금의 공공투자는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반대 - 공공투자는 재정으로 추진해야…국민 노후자금 '쌈짓돈' 사용 안돼

수익률 저조하면 재정부담 커지는 건 마찬가지

공공투자란 보육시설, 공공임대주택 등 서민 복지를 위한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부라면 당연히 추진해야 할 정책사업이다.

투자 성과가 경제적 수익 이외에 사회적 효용 증대 같은 공공적 성격으로 실현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공공투자는 정부 재정으로 추진된다. 따라서 공공투자를 확대하려면 세금을 더 거두든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는 모두 현세대 납세자의 부담이 된다. 정부로서는 가능한 한 피하고 싶은 일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600조원 가까이 쌓여 있는 국민연금을 활용하자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활용은 현세대가 아무렇지도 않게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도 국민연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공공투자 활용을 논의할 때 세대 간 형평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공공투자에 국민연금을 활용하려는 건 증세나 국가부채 증가를 최소화하면서도 공공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국민연금에 실질적인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이런 전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여당은 국민연금이 투자위험을 부담하는 직접투자 방식에서 특수목적채권을 통한 간접투자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형식의 채권 발행이건 국가부채 증가를 최소화한다는 목적은 달성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도 공공투자 목적의 특수목적채권 발행이 국가채무 관리의 통일성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수익을 보장해주는 비시장성 채권을 발행하면 공공투자의 재무적 성과에 따라 정부의 재정 부담이 결정된다. 투자위험을 국민연금이 부담하는 구조가 아닌 한 공공투자의 수익률이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재정 부담은 늘어난다. 인프라 투자의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민관합동투자(PPP)를 추진했지만, 최소수익보장(MRG) 계약으로 정부의 재정 부담이 오히려 늘어난 경우와 비슷하다. 정부 정책사업을 추진할 때 장기 수요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한 사례는 많다.

장기적 관점에서 출산율이 늘어나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더욱 엄밀한 실증적 근거가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100조원을 투자했을 때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증 분석 결과는 찾기 어렵다.
이에 비해 금융투자에서 위험자산에 투자했을 때 안전자산에 비해 어느 정도의 수익률 제고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분석은 훨씬 정교하다.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막연한 가능성에 투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급격한 기금 확대에 따라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공공투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방식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투자 다변화는 국민연금의 기존 금융투자 체계로도 충분히 실행 가능하다.

금융투자에는 채권투자와 대체투자가 있다. 국채 또는 특수채 구조로 발행되는 국민안심채권이라면 일반적인 채권투자로 편입될 수 있다. 공공투자에 대해 국민연금이 보다 적극적으로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라면 대체투자 부문에서 인프라에 적극 투자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될 사안이다. 국민연금을 공공투자에 활용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작거나 불확실한 반면, 기금운용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은 막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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