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유일하고 시급한 현실적 대책은 억지 체제 강화"

입력 2017-07-13 17:05 수정 2017-07-13 17:05
美 전문가 "핵무기 업은 북한의 예상 도발 행위 맞대응책 강구해야"
"미국이 북한을 모르고 북한이 미국을 모르는 현 상황 위험…즉각 직접대화 필요"


'미국을 절멸시키겠다는 나라가 핵무기와 그것을 미국에 떨어뜨릴 수단을 개발함으로써 미국과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다.

이런 위험을 그대로 방치했다간 심각한 결과가 빚어질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제거하려고 군사행동을 했다간 입에 담기도 싫은 파멸이 올 것도 불 보듯 하다'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정세 평가가 아니라 반세기 전인 1964년 중국이 첫 핵무기 시험을 했을 때 미국에서 들끓던 정세 평가이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핵무기와 비확산 정책 전문가인 존 울프스탈은 12일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북한 김정은이 미친 소리를 한다고들 하는데" 1964년 당시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은 "핵전쟁이 무서울 게 있나.

좀 죽어도 문제없다.

중국 인구가 6억 명이다.

그 절반이 죽어도 3억은 남는다"라고 공언했다고 상기시켰다.

울프스탈은 "지금처럼 그때도, 핵 능력 제거를 위한 외과수술식 군사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제거하지 않으면 (미·중간) 핵전쟁이 일어날 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최소한, 미국이 중국의 핵무기 공갈에 끊임없이 시달리면서 동아시아 동맹국들의 안보가 크게 훼손되고, 이들 나라가 독자 핵무장에 나설 게 분명하다는 것이었다"고 50년을 사이에 둔 기시감을 소개했다.

울프스탈이 '1964년 중국 핵' 정세를 비교적 길게 설명한 것은 지금 북한 핵 정세가 심각하긴 하지만 지나치게 과장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대응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50년 전 중국 핵 개발 때와 마찬가지로, 현 상황에서 유일한 현실적 대책은 억지(deterrence)"라고 주장했다.

"북한 비핵화의 목표는 살아 있고, 또 목표로 남아 있어야" 하지만, 최소한 현재로썬 협상을 통해서든 제재에 의해서든 북한의 핵 보유를 막을 수 없으며,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핵을 보유한 북한이 제기할 "진짜 위험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그는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핵미사일 능력을 보유해도 미국을 공격하는 것은 자살 행위인 만큼 그렇게는 하지 않고 전면전 위험은 피하면서도 한미 간 동맹에 균열을 내고 한국 정부의 지도력을 훼손하기 위한 도발적인 공격 행위들을 감행하는 행태를 보일 것으로 울프스탈은 예상했다.

이에 따라 대북 핵 협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인 억지 체제를 만들어내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그는 지적했다.

우선 북한의 예상되는 행동 가운데 반드시 막아야 하는 억지 목록을 만들어야 하며,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는 점과 핵무기 성능 평가를 위해 실제 핵탄두를 이용한 실사격시험을 해선 안 된다는 점이 목록 앞에 들어가야 한다.

또 미국이 시애틀을 포기하면서까지 서울을 지킬 것인가, 로스앤젤레스를 포기하면서까지 도쿄를 지킬 것인가 하는 한국과 일본 지도자들의 의구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미국은 동맹국들을 기꺼이 지원할 태세가 돼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확신을 갖고 지속해서 보내는 것 역시 억지 전략에서 결정적 요소라고 그는 말했다.

핵무기나 핵무기용 물질의 대외 판매를 미국에 대한 공격 행위로 간주하고 이에 직접 대응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하며, 탄도미사일 대외 판매에 대해서도 일정한 선을 긋고 그것을 넘었을 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울프스탈은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믿고 미국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하거나 군사 공격을 가하고 동맹국들의 안보와 지역 안정을 훼손하는 행동을 할 때마다 "과거 중국과 소련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확전의 위험을 관리해 나가되 소전략적(sub-strategic) 수준에서 맞받아쳐 나감(confront)으로써 북한의 핵무기가 탈출 카드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고도 그는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에 대해선 나는 여전히 회의적이지만, 미국이 다른 분야 군사능력에 대해선 더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러한 대북 억지 체제의 실효성을 위해, 그리고 북미 간 군사충돌이 지구적 차원으로 비화할 위험을 안고 있는 점을 고려해 "충돌 방지를 위한 대화에 즉각 착수,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하면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대응을 부를지를 북한 지도부에 정확히 직접 전달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 많은 것들이 우연에 맡겨지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하고 "이는 양보가 아니라 자기 보존 조치"라고 역설했다.

그는 "북한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앞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미국이 모르고, 미국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북한의 어떤 행동에 어떻게 대응할지 북한이 모르는" 현 상황을 위험스럽게 보면서 미국과 북한 간 즉각적인 직접대화 개시를 거듭 주장했다.

울프스탈은 "소련이 1949년 핵무기 문턱을 넘었을 때도, 중국이 1964년 그랬을 때도 전쟁 필연론이 확산했었다"며 "우리가 다루는 나라의 진의를 파악하고, 그 나라가 우리의 진의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ydy@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초대기업·초고소득자 증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