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특혜선정 발표·검찰 수사에 불안

"작년 워커힐서 왔는데 또 옮겨가야 하나" 동요
"적자인데 특혜는 무슨…" 내부에선 볼멘소리도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화갤러리아면세점. 방문객들이 화장품 매장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다. 안재광 기자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갤러리아면세점. 전날 감사원이 면세점 평가 과정에서 부당하게 높은 점수를 받아 롯데를 제치고 사업권을 따냈다고 지목한 곳이다. 지하 1층 매장 입구에 들어서니 중국인 관광객이 삼삼오오 화장품을 사고 있었다. 그중 한 명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난징에서 왔다”고 답했다. 63빌딩 전망대에 놀러왔다가 들른 관광객이었다. 매장 분위기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직원들 속내는 복잡해 보였다. 한 시계 브랜드 판매사원은 “작년 워커힐면세점이 문을 닫은 뒤 이곳으로 옮겼는데 또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워커힐 폐점 때 옮겼는데 또…”

한화갤러리아 시내 면세점은 2015년 12월 문을 열었다. 영업한 지 1년 반밖에 안 지났지만 수차례 위기를 겪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도 터졌다. 그렇지만 면세점은 나름 자리를 잡아갔다. 63빌딩 내 수족관, 전망대와 연계해 관광 상품을 적극 홍보했다. 택시비를 주면서 관광객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부족했던 명품 브랜드도 일부 채웠다. 지난달 스위스 명품 시계 IWC와 예거르쿨르트를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이전과 전혀 다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면세점 면허를 빼앗길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한 화장품 매장 판매사원은 “문 닫는다는 생각은 못해봤다”며 “계약직이라 달리 갈 곳도 없다”고 말했다. 수입화장품 코너를 맡고 있는 한화갤러리아면세점 임서영 씨는 “직원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다들 신경 쓰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매장 내 사진을 찍으려 하자 한 직원은 “왜 영업하는 데 방해하느냐”며 신경질적인 반응도 보였다.

비슷한 시간, 서울 동대문 두산면세점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겉으론 평온했지만 직원들 동요는 상당해 보였다. 한화갤러리아와 함께 부당하게 면세점 특허를 받은 곳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화장품 매장 판매사원은 “면세점이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이어서 몇 명씩 모여 전날 뉴스에 대해 얘기하는 직원들도 보였다. 한 직원은 “원래도 장사가 잘 안된 곳인데, 특혜라는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두산면세점은 개별 실적을 공개하진 않지만 대기업 신규 면세점 중 매출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로 사업 확장 어려워져
감사원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서울중앙지검은 곧바로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에 사건을 배당하고 이날 면세점 선정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국정농단 재수사’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갤러리아와 두산면세점은 앞으로 명품 브랜드 추가 유치도 힘들어졌다. 면세점 영업을 얼마나 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유력 브랜드가 이들 면세점에 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사드 문제가 해소돼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올 때만 기다린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전날에 이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내부 조사를 한 결과 관세청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은 전혀 없다”며 “관세청이 무슨 이유로 점수를 더 많이 줬나 우리도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또 “명품 브랜드 유치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그룹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이 문제에 대해 별도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안재광/이수빈/김주완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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