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롯데에 경고"…檢, 경제수석실-관세청 수뇌부 지시 이행 여부 조사
직권남용 규명 쉽지 않을 수도…'알고도 조작' 실무진 조사가 1차 관건


2015년 11월 면세점 승인 심사 때 '롯데 배제'를 지시한 윗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 아니냐는 의심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면세점 심사 조작' 의혹 수사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및 경제 부처 고위관료를 향해 직행할 전망이다.

수사결과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나 당시 정책 결정에 관여한 고위직들이 조사를 받고 기소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롯데 경고' 지시가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당사자들이 독과점 해소를 위한 정책적 판단을 했을 뿐 불법행위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거나 '점수 조작'은 모르는 일이라고 공모 여부를 부인할 경우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사정 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8월 경제수석실에 '면세점 독과점 규제 방안을 마련하라', '롯데에 강한 '워닝'(경고)을 보내라' 등의 특별 지시를 내렸다.

당시는 2015년 7월의 '1차 면세점 대전'이 끝난 후로, 그해 11월인 '2차 면세점 대전'을 앞둔 시기였다.

국정농단 사건을 파헤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는 롯데 등 대기업 뇌물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경제수석실이 해당 부처에 이런 대통령 지시 사항과 관련한 내용을 하달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이 관세청 감사에서 "롯데를 탈락시키기 위해 면세점 점수를 조작했다"라는 결론을 낸 만큼 검찰의 수사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관세청 담당 실무진의 점수 조작과 연관성이 있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개입·관여한 것인지, 불법행위를 보고받거나 묵인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밝혀내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감사원 조사에서 면세점 심사 실무진들은 일부 점수 조작은 단순한 실수였다고 해명하는 한편, 일부 조작은 잘못된 줄 알고서도 고의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고의로' 조작한 사유는 검찰이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윗선 개입의 연결고리가 되기 때문이다.

2015년 2차 면세점 선정을 앞두고 당시 면세점 정책을 좌우하는 의사결정 라인은 안종범(경제수석)-최상목(경제금융비서관)-김낙회(관세청장)-천홍욱(관세청 차장)으로 이어졌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안 전 수석을 제외하면 다른 인사들은 특검이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모두 사법처리 대상에서는 벗어났다.

'미르·K재단 대기업 모금'이나 '면세점 추가 선정 검토' 등 국정농단 사건에서 각각 일정 수준으로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나 안 전 수석 등의 지시에 따른 정책 집행일 뿐 이들의 행위가 주어진 직무권한을 넘어서는 직권남용까지 이르지는 않았다는 게 검찰의 당시 판단이었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 과정의 위법성이 드러난 이상 검찰은 면세점 의혹 추가수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경제수석실과 관세청 수뇌부를 거치면서 어떻게 집행됐는지, 그 과정에서 고위직의 직권남용이 있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최씨의 관세청 인사 개입 수사도 진척될 수 있다.

천 관세청장은 취임 직후 최씨를 만난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면서 최씨의 영향력으로 청장에 천거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고위층의 부당한 개입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이 처벌될 가능성이 있지만, '윗선' 수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면세사업자의 독과점 해소를 위한 노력은 면세점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당한 정책 집행의 일환이었다고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추가 확보 물증이나 관세청 실무진의 진술이 윗선 개입 의혹을 밝힐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여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뻗어 갈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지헌 기자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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