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美中 '일전' 임박…한국 외교 '좌표찍기' 고민

입력 2017-07-11 10:38 수정 2017-07-11 10:38

美 대북 유엔제재 '수주내 표결' 방침…中과 절충점 찾을지 미지수
한국 '주도적 역할' 구상 띄웠지만 외교 여건 험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제재를 놓고 미·중간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외교전이 임박한 양상이다.

대북 원유공급 차단까지 상정한 미국의 공세와 중국의 방어가 치열하게 전개되는 와중에 제재·대화를 병행해가며 포괄적 대북 협상의 입구를 찾으려는 우리 정부의 독자적 외교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미중, 안보리서 타협점 찾을까…세컨더리보이콧 카드 주목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 안보리 핵심 국가들이 화성-14형 발사에 대한 제재 결의 논의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미중간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새로운 대북 제재결의안을 '수주일 이내(within weeks)'에 안보리 표결에 부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5차 북한 핵실험 이후 82일 만에 채택된 대북결의 2321호의 전철을 밟지 않고 조기에 결의를 채택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고강도 제재에 중국이 쉽게 동의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적다.

대북 경제제재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원유공급 차단은 북한 정권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는 고강도 조치로 평가되기에 북한의 핵 위협 이상으로 북한이라는 전략적 완충지대 상실을 우려하는 중국이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작년 5차 핵실험 때 미중이 북한산 석탄 수출에 한도를 설정하는 쪽으로 타협한 사례처럼 이번에 대북 원유 수출과 관련해서도 모종의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하지만 만약 끝까지 미중이 평행선을 그릴 경우 미국은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밝혔듯 "중국이 북핵을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기조로 독자제재를 강구할 전망이다.

특히 북한과 거래한 중국 등 제3국의 기업들을 일괄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을 실행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 대화·제재 병행론-포괄적 해법 등 문재인 정부 구상 '험로'

미중이 3개월 가까운 대북공조 '밀월기'를 사실상 끝내고 팽팽한 기 싸움에 돌입함에 따라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국회 데뷔전이었던 10일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와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한 외교부의 후속 대응은 과감한 대화를 추진하기도, 화끈하게 제재에 동참하기도 어려운 한국 외교의 딜레마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장관은 국회에서 야당인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으로부터는 '정부의 대화론은 국제사회의 제재·압박 흐름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으로부터는 '제재와 대화의 병행이 형용모순 아니냐'는 질의를 각각 받았다.

또 외교부는 강 장관의 국회 발언을 '톤다운' 시키느라 바빴다.

내달 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필리핀) 계기 남북 외교장관 회동 가능성에 대해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그 계기를 최대한 활용해 볼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 발언과, 세컨더리보이콧에 대해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고 한 발언이 언론에 비중 있게 소개되자 외교부 당국자는 잇달아 "원론적인 발언이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남북 외교장관 회동은 과거 정권때도 ARF계기에 추진했던 것이고, 세컨더리보이콧 등 대북 제재 방안에 대해 한미가 의견조율을 해온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외교부가 수습에 나선데는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의식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였다.

북한이 지난 4일 화성-14형을 쏘아 올린 이후 미국 주도로 고강도 제재·압박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남북대화 논의는 미국의 '오해'를 살 수 있고, 주로 중국 기업을 겨냥한 미국의 독자제재 성격인 세컨더리보이콧을 한미간에 논의 중이라고 밝힌 것은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한미간에는 평화적 북핵 해법,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추구 등 큰 틀에서 의견일치를 봤지만 우리가 주장한 북핵의 단계적·포괄적 해법에 대해 인식이 공유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더불어 한미공조 우선 기조로 출발하면서 소원해질 수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잘 조율해내는 것도 한국 외교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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