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토론]

구글·페이스북'데이터 독점'규제해야 하나

입력 2017-07-07 17:55 수정 2017-07-08 03:39

지면 지면정보

2017-07-08A30면

구글, 페이스북 등 다국적 정보기술(IT) 업체들의 ‘데이터 독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 두 회사가 사이버 공간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개별 국가의 중소 사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각국 정부의 논리다.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유럽연합(EU)이었다. EU는 지난달 27일 구글에 역대 최대 규모인 24억2000만유로(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U가 문제 삼은 부분은 ‘쇼핑 검색’이었다. 구글은 검색 결과 페이지에 자체 쇼핑 서비스인 ‘구글 쇼핑’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고 있다. EU는 구글의 이 같은 사업모델이 공정거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무심코 상단에 노출된 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해 구글에 광고료를 지급한 업체에만 이익이 돌아가게 했다는 논리다.

과징금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EU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와 관련해 구글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연말께 과징금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구글 검색 앱(응용프로그램), 크롬 앱 등을 OS와 함께 탑재하도록 강제했다는 혐의다.

국내에서도 구글과 페이스북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정보 독점 등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구글과 페이스북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 논리였다.

구글과 페이스북 규제와 관련한 전문가들 견해는 엇갈린다. 지역 사업자 영토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불공정 거래 요소는 없다는 측과 규제가 없으면 개별 국가의 중소 인터넷 사업자들이 고사할 것이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

구글·페북 디지털광고 46% 차지...시장지배력 국내 확대 막아야

다국적 기업 공세서 국내 기업 보호 효과 기대

국내 인터넷 업체들은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싸움이 힘겹다. ‘최초’ 타이틀을 가진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1997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파일로 음악을 재생하는 MP3플레이어 원천기술을 개발한 ‘디지털캐스트’, 2000년 초 벤처붐을 일으킨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 도토리 광풍을 일으킨 ‘싸이월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 상황도 다를 게 없다. 인터넷에서 명성을 얻은 유명 BJ들이 아프리카TV를 떠나 유튜브로 옮겨 가고 있다.

구글은 어떨까. 구글의 동영상 채널인 유튜브는 지난해 국내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 116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위에 올랐다. 3위를 차지한 네이버(456억원)의 2.5배, SBS·iMBC·KBS 등 지상파 3사의 동영상 광고 수익을 모두 합친 것(206억원)보다 다섯 배나 많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올해 각각 726억9000만달러와 337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광고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둘의 수익을 합치면 미국에서는 단연코 독점이며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도 46.4%에 이른다.

국내 기업의 열세는 비단 경영상 문제만이 아니다. 국내 사업자에만 적용됐던 차별적 규제 여파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검찰의 사이버 검열 강화 방침에 따라 국내 메신저 이용자들이 해외 프로그램으로 서비스를 옮긴 게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위헌 결정으로 마무리된 ‘인터넷 실명제’도 국내 사업자들에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들을 집중적으로 규제했다. 인터넷 이용자나 데이터, 콘텐츠 등을 직접 규제하기 곤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플랫폼 서비스 시장의 특징이 탈영토성(un-territoriality)이란 것을 간과한 결과였다. 국내외 사업자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자국 기업에만 적용되는 불공평 규제는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현재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곳은 국내 업체뿐이다.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뉴스 서비스 업체들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비공개 보안시설을 삭제하도록 한 지도서비스 규제 역시 국내 사업자에만 집행되고 있다. 통신업계 지적처럼 망 사용료도 국내 사업자들만 내고 있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규제의 기본 원리인 ‘공평규제 원리’에 비춰 볼 때 플랫폼 사업자 규제는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규제가 국내외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해서는 안 되며, 같은 사안에 대해 규제의 집행이 차별적이어서는 안 된다. 꼭 필요한 규제라면 국내외 사업자 구분 없이 엄격히 공평하게 집행됨이 마땅하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사업자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 국외 플랫폼 사업자 모두 국내 이용자를 상대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국내 업체만 규제해 그 비용을 지급하라는 것은 당연히 불공정 경쟁이다.

구글은 이미 세계 플랫폼 서비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구글의 비독점 상황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구글의 독점력이 국내 시장으로 전이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안일한 판단이다. 독립된 주권 국가로서 외국 기업의 공세에 국내 기업을 보호하지는 못할 망정, 내국민에게 불리한 규제를 주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구를 위해 규제라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반대

구글 검색 국내선 후발주자일 뿐…빅데이터는 특정기업 독점 힘들어
FTA 재협상 땐 '美기업 압박' 빌미 줄수도


유럽연합(EU)이 구글을 상대로 3조원 규모의 반독점 과징금을 부과한 데 발맞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구글과 페이스북 등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빅데이터 독점과 불공정 행위를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아무런 비용도 지급하지 않고 정보를 싹쓸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국적 기업에 대한 국민 반감을 자극하는 게 공정위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김 위원장 발언은 여러 가지로 적절치 않아 보인다.

우선 사실 관계 파악에 문제가 있다. 구글은 여러 나라 인터넷 검색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후발 업체 중 하나일 뿐이다. 구글 검색 엔진의 시장 점유율은 형편없이 낮고 그곳을 통해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빅데이터 독점이라는 말도 허황된 주장이다. 빅데이터는 범위를 나누기 힘들 만큼 다양하며 이를 독점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구글이 ‘싹쓸이한다’는 정보란 사용자들이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웹 페이지에 자진해 올린 내용들이다. 인터넷 이용자가 검색 행위를 통해 찾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들이 자진해서 올린 데이터, 기업과 고객 간 거래 데이터가 노출되는 것뿐이다.

공정위가 글로벌 IT 기업을 제재하려면 빅데이터 독점이 아니라 이들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행하고 있는 불공정 행위를 적시해야 했다. 그러나 과거 공정위 조사는 그런 혐의를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은 또 있다.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아무런 비용도 지급하지 않고 정보를 싹쓸이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정보 네트워크는 국민들이 낸 통신 사용료로 통신 기업들이 투자한 것으로 국가 세금과 무관하다. 구글 유튜브와 같은 서비스로 인해 통신망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서비스로 인해 싸이 같은 글로벌 스타가 탄생하며 한국 드라마들이 전 세계에 소비된다. 국내 소비자 역시 동영상을 통해 가늠하기 힘든 큰 효용을 얻는다.

통신 회사들도 나쁠 게 없다. 유튜브를 보기 위해 소비자들이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면 그만큼 이익이 늘어난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내지 못해 해외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낮을 뿐이지 국내 포털 사업자들도 외국에서 아무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돈을 벌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진단은 정확하다. 지난해 공정위가 통신과 콘텐츠산업이 융합하는 흐름을 도외시하고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불허한 게 이를 증명한다. 김 위원장 발언을 보면 그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는 공정위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설혹 이들 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정위원장이 광고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향후 벌어질지 모르는 소송전에서 상대를 돕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어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으로 법률 싸움에서 우리 정부를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인기 영합적이고 수구적인 공권력 행사가 국제적 조롱을 받고 결국 막대한 국부 유출로 이어진 전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외환은행에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취한 ‘먹튀’ 비판에 검찰이 론스타를 기소했다가 패소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 트럼프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미묘한 시점에 한국이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다는 빌미를 주는 것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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