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가 엊그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규탄 결의안을 내놨다. 끝내 ‘가시적 위협’이 된 북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민국 국회 전체가 아니라 상임위 차원의 결의문 한 장만 달랑 나온 것이다. 결의문 자체에 이상이나 오류가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일체 행위를 즉각 포기하고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도발로 겪게 될 대가는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감당해야 할 책임으로, 종국에는 김정은 정권의 파탄과 영구 소멸까지 초래할 수 있음을 엄중 경고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럼에도 무언가 공허하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단지 이것뿐인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상임위 차원에서 급히 쓴, 때 되니 나온 ‘절차’는 아닌가 하는 걱정도 없지 않다. 지금 안보상황이 그 정도로 심각하다. 동맹국인 미국은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리 군사력은 막강하다. 필요하다면 사용하겠다”고 공언하는 판이다.
북핵 위기는 청와대 국방부 등 행정부만의 현안이 아니다. 국회도 다른 업무를 일시 보류하더라도 적절한 대응·제재 방안을 강구하면서 정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가령 외교통일위는 국제제재를 주도할 실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위도 여야가 협력하면 얼마든지 대응방안을 찾을 수 있다. 국방위는 군 작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지휘관과 안보 전문가들을 동원하는 청문회 등으로 안보불감증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비상상태처럼 움직이는 미국 의회와 너무 비교된다.

국회의 주된 관심사에 국가안보가 없는 것이다. ‘레드 라인’에 도달한 북핵에 집중하며 이 지경이 되기까지를 반성하는 의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자칭 보수 정당도 다를 게 없다. 이러니 의원들이 단체로 중국을 찾아 가서 ‘사드반대 공조’나 하며 다수 국민의 불안감을 키웠던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주한 중국대사와 만나 “사드배치 과정에 대해 중국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는 대목도 놀랍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여당 대표의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지금 국회의 소임이 상임위의 몇 줄 결의문 차원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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