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 "미세먼지 등 환경요인 고려
국민적 합의 필요하지만 큰 틀에서 인상 필요"

열흘 전 '인상논란' 불거지자 기재부는 "계획없다" 발표
문재인 정부내 정책 혼선 잇따라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장 역할을 하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6일 ‘단계적 경유세 인상’을 시사해 파장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6일 “경유세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발표한 지 불과 열흘 만에 현 정부 최고위급 인사의 입에서 뜻밖의 발언이 나오면서 정부가 경유세를 올릴지 말지를 놓고 국민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미세먼지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상대적으로 휘발유에 비해 가격이 낮은 경유세를 적어도 휘발유와 같은 수준 또는 휘발유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정책 권고가 많은 나라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우리도 그런 면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유가) 서민 생계수단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한 보완책을 강구해가면서 내년 재정개혁 때 (관련 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몇 단계로 나눠 경유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경유세 인상이 큰 방향에서 맞다고 보느냐’ ‘경유값을 단계적으로 서서히 (인상 쪽으로) 유도한다고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다만 국민적인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적 합의’를 전제하긴 했지만 경유세 인상 의지를 강하게 나타낸 것이다.

이는 열흘 전 기재부 공식 발표와 차이가 크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당시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용역 결과 경유세 인상이 미세먼지 절감 차원에서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유세 인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4일 발표된 연구용역보고서를 보면 현재 휘발유 가격의 85% 수준인 경유값을 90~120% 수준으로 올려도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0.2~1.3%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경유세 인상을 둘러싼 혼선은 이번뿐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30년까지 경유 승용차를 시장에서 퇴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현 정부 임기 내 경유세가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팽배했다. 이후 기재부가 경유세 인상 계획이 없다고 못박으면서 ‘경유세 인상은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하지만 국정기획위가 지난달 29일 ‘새 정부 조세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다시 기류가 바뀌었다. 국정기획위는 당시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 등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들은 국민적 합의와 동의를 얻어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경유세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 전문가와 각계 이해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로드맵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경유세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정부가 경유세 인상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에도 정부가 경유세를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가 ‘부자 증세, 서민 감세’ 기조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다. 경유세를 올리면 중산·서민층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전국의 경유 화물차 333만여 대 중 유가 보조금을 받지 않는 생계형 화물차가 295만 대에 달한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듯한 입장에 업계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기재부는 ‘경유세 인상이 없다’고 하는데 국정기획위를 보면 경유세 인상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며 “정부 진의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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