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몸살' 앓는 학교

커지는 학내 노·노 갈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제대로 된 정규직화 대책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거세지면서 학교 현장에서 ‘노(勞)-노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학교라는 공간과 교육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드러내놓고 싸우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부 갈등은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일선 종사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강경투쟁을 밀어붙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주도하는 탓에 교육계에서는 “정치 투쟁에 학교가 휘둘리고 있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머리띠 맨 학내 비정규직 38만 명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지난 5일부터 청와대 인근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주된 요구사항은 △학교회계직의 정규직 전환 △전일제강사 등의 무기계약직 전환 △임금 현실화 등이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공무원 시켜달라는 게 아니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무기계약직)인 학교회계직을 ‘교육공무직’이라는 별도의 정규직군으로 해달라는 요구다. 교육공무직본부는 “교육 현장에서야말로 차별 없는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공무직 직군이 생기면 신분과 대우는 연금혜택 외에는 공무원과 비슷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교육 현장의 책임에서는 자유로워 학교 내 새로운 특권층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학교에서 오래 근무하는 과학실무사가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주기적으로 부임 학교를 변경하는 과학교사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규직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과학실무사는 "비정규직 이기 때문에 한 학교에 오래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일부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업무 영역이 달라 영향력이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초·중·고교 내 비정규직은 38만여 명에 달한다. 교무행정사·과학실무사·전산실무사·급식사 등 학교회계직 14만 명, 영어전문·스포츠전문강사 등 전일제강사 16만4000명, 기간제교사 4만6000명, 간접고용 노동자 2만7000명 등이다. 이 중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을 적용받는 전일제강사와 기간제교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기간제법에 따라 채용 후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무기계약직은 정년이 보장돼 ‘중규직’으로도 불린다. 다만 정년까지 일해도 월급은 제자리거나 크게 오르지 않는다. "평생 일해도 푼돈이라는 서러움이 크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학생 수는 급감하는데…”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지난달 30일부터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사회적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보는 정규직인 교사와 교육행정직의 시각은 미묘하다. 정규직의 60% 수준에 그치는 급여를 올리자는 주장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비정규직 실태를 감안할 때 일괄 정규직화는 무리라는 정서가 강하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고용 유연화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초·중·고교 학생수는 총 206만 명 줄었다. 2020년까지 약 65만 명이 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정규직을 늘리면 탄력적인 인력 운용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장 조카라거나, 교감 부인의 지인이라거나 알음알음 들어온 전일제 강사나 행정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3년전 부터 교육공무직을 뽑는 공식 채용절차가 생겼지만 그 전에는 '빽'으로 학교에 들어온 이들도 일부 있다는 뜻이다.

비정규직 차별에 공감하는 교사나 행정직원도 정규직 전환에 앞서 업무의 특성을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의 한 고교 교사는 “행정직 등의 업무 대부분은 학교마다 자리가 딱 하나여서 승진의 의미도 없다”며 “시간이 지나도 일이 바뀌거나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닌 상황에서 과도한 요구”라고 했다.

■ 교육공무직

학교에서 교육실무와 행정실무를 담당하는 직원. 전산실무사·과학실무사·교무행정사·교무실무사·조리사 등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학교 회계직으로도 불린다.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계약직원으로 나뉜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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