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론산업이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 규제가 과도하다는 점이 꼽힌다. 주로 업계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드론사업 영역이 극히 제한돼 있다거나, 드론을 날릴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 등이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 7월 드론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드론사업 범위를 국민안전과 안보 등을 저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개방했다. 25㎏ 이하의 소형드론을 이용하는 사업의 경우 자본금 요건을 없앴다. 이같은 개선안이 시행된 지 벌써 1년이 흘렀다. 이와 함께 드론비행 가능지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드론산업 활성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규제가 드론발전의 장애물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드론규제 가운데 드론기체 의무등록의 경우, 한국은 그 범위가 미국 등 드론선진국에 비해 오히려 약하다. 규제가 외국에 비해 결코 강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드론 날릴 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 드론은 자칫 잘못 다루면 사람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따라서 비행 가능구역에서 규정을 준수하면서 드론을 조종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 드론업체 대표는, “규제 범위 안에서, 규정을 지키면서 드론을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얼마든지 있다”며, “규제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규제완화를 외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드론 전개과정을 보자. 몇 년전부터 드론이 유망업종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부분 업체들은 당장의 수익만 생각해서 그랬는지, 연구·개발보다는 드론을 만들고 조립하는데 열중했다. 물론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중소업체들도 있다. 하지만 드론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용이 많이들고 단기간 내에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연구·개발을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드론 제조에 경쟁력이 있을까.

또한 드론업체 대부분이 중소업체 내지 군소업체들이다. 대기업들이 뛰어들지 않고 있다.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본 결과, 드론사업에 승부를 걸 만한 매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비해 중국은 오래 전부터 연구·개발에 주력해왔으며, 이를 토대로 오늘날의 드론선진국이 됐다. 한국과 중국은 드론에 접근하는 자세부터 달랐다. 두 나라 드론산업 간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업계에서는 드론규제가 완화돼야 수요가 늘어나서 기술개발의 동인이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드론 기술력은 단기간내에 향상되지 않는다. 규제가 완화돼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구매는 중국산 제품 쪽으로 향할 것이다. 수요가 증가해도 국내 드론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런데 드론산업 부진의 근본원인이 규제에 있는 것처럼, 규제만 완화해달라고 계속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제 논의의 방점을 규제완화에서 기술개발로 옮길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것도 드론기체 제조보다는 부품과 센서,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했으면 한다. 드론업계 관계자들은, “기체를 만드는 일은 이제 승산이 없다”고 말한다. 대신 부품 등으로 타깃을 좁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업체들 스스로 기술개발을 위해 협업하면 어떨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체제 구축도 생각해 볼만한 과제인 것 같다.

정부도 드론업계에 대한 무차별적인 지원을 지양하자. 대신 연구·개발쪽으로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드론 제조업보다는 기술개발분야에 선택과 집중 방식을 통해 도와줬으면 한다. 특히 ‘앞으로 몇 년 내 세계 드론강국 등극’같은 무책임하고 생뚱맞은 청사진은 제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드론선진국과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할 것이다. 그렇다고 조바심내지는 말자. 어짜피 늦었는데, 조금 더 늦는다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연구·개발같은 기초분야부터 다지거나, 부품과 프로그램에서의 틈새분야 공략같은 전략적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

설동성 < 한국드론산업협회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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