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힘센엔진' 원천기술 수출
덴마크 독점 라이선스에 도전장

4억달러 투자해 고부가 엔진 생산
사우디와 '40년 인연' 한 몫

< 손 맞잡은 현대중공업·아람코 > 현대중공업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간 엔진사업 합작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장기돈 현대중공업 엔진사업 대표(오른쪽)와 지아드 무르셰드 아람코 신사업개발팀 총괄임원(가운데), 라시드 알슈바일리 두수르 최고경영자(CEO·왼쪽) 등 양측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4일(현지시간) 사우디 다란 아람코 본사에서 열렸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 등과 함께 4억달러를 투자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선박 및 발전용 엔진공장을 짓는다. 현대중공업은 이 공장을 통해 독자 개발한 선박·발전용 ‘힘센엔진’의 첫 원천기술 수출(라이선스 사업화)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에 있는 아람코 본사에서 아람코, 사우디 산업투자공사인 두수르와 함께 선박 및 발전용 엔진사업 합작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5일 발표했다. 신설 합작사는 2019년까지 4억달러(약 4600억원)를 투자해 사우디 동부 라스 알헤어 지역 킹살만조선산업단지에 연산 200여 대 규모의 엔진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자사 힘센엔진을 처음으로 라이선스 사업화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덴마크 만디젤사가 독점하고 있는 선박 및 발전용 엔진 라이선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동안 세계 대다수 조선업체는 만디젤에 엔진가격 대비 10% 안팎의 로열티를 내고 설계기술을 사서 엔진을 제작해 왔다.

현대중공업은 2000년 8월 10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독자적인 중형엔진 ‘힘센엔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중남미, 중동, 아시아 등 40여 개국에 수출되는 힘센엔진은 중형엔진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2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선박용 엔진시장에선 시장점유율이 더 높다. 선박용 중형엔진 분야에선 시장점유율 28%, 대형엔진 분야에서 36%로 두산, 일본 미쓰비시, 얀마, 중국 윈지디 등을 제치고 세계 1위다.

현대중공업은 힘센엔진의 누적 생산 규모를 작년 말 1만600대에서 올해 말 1만1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중형엔진 매출은 2000억원가량이다. 현대중공업이 소수 선진국 업체가 독점하던 엔진 라이선스 사업에 진출한 것은 단순 제조업만으로는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단순히 제품을 많이 만드는 전략으로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고부가가치의 설계 기술을 팔면 제조 원가를 많이 들이지 않고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엔진 합작사 설립을 통해 로열티, 기자재 판매, 기술지원 등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향후 중동 엔진시장도 적극적으로 개척하기로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사이리서치에 따르면 중동 엔진발전시장 규모는 2026년 15억4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과 사우디 간 40여 년에 걸친 인연도 사업협력 확대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현대그룹은 1979년 사우디 국책사업인 주베일항만공사 완공을 계기로 중동과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이번 엔진 합작사 설립은 2015년 11월 현대중공업이 사우디 아람코와 합작 조선소를 세우기로 하면서 맺은 전략적 협력의 연장선 차원에서 추진됐다. 합작 조선소는 2021년까지 킹살만조선산업단지 내 약 500만㎡ 규모로 건설되며 총 5조원이 투입된다.

현대중공업 내에서 사우디 사업은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전무가 챙기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