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전 생산량 30% 확대

"사우디에 굴복 않겠다" 단교사태 돌파구 찾기 나서
'공급 과잉' LNG 가격, 본격 증산 땐 추가 하락 불가피
사우디 등 4개국 추가 제재 예고
아랍 주요국과 외교 갈등을 겪고 있는 카타르가 대대적인 천연가스 증산 계획을 발표했다. ‘돈줄’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앞세워 경제를 튼튼히 함으로써 주변국의 압박과 제재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관측된다. 또 정치적 위기 속에서 미국 러시아 이란 등 천연가스 수출 경쟁국과의 증산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천연가스 생산·수출 1위국인 카타르가 증산을 선언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7700만t→1억t 승부수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연간 7700만t인 천연가스 생산량을 2024년까지 30% 증가한 1억t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증산은 2022년 이후 집중된다. 사드 셰리다 알카비 QP 최고경영자(CEO)는 “LNG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해 2021~2024년 사이에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2022~2024년 추가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타르는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2016년 기준)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호주(4430만t), 말레이시아(2500만t), 나이지리아(1860만t), 인도네시아(1660만t)가 따르고 있다. 카타르는 생산량 대부분을 수출해 수출에서도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수출 물량의 65%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판매한다.

카타르의 천연가스는 단교를 선언한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떨어진 페르시아만 연안 노스필드에 매장돼 있어 생산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카타르의 증산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세계 LNG 공급량이 8% 정도 늘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타르의 증산 발표로 지금도 공급과잉 상태인 천연가스 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지난 3월25일 MMBtu(100만 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당 1.806달러(약 2000원)로 1999년 이후 17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6월5일 바레인,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이 단교를 선언한 뒤 MMBtu당 3.5달러까지 급등했다. 이후 수급 불안 우려가 진정되면서 현재 MMBtu당 2.9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카타르가 공급 과잉 상태에서도 증산 계획을 밝힌 것은 정치적 압력을 이겨내고 천연가스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와 미국은 천연가스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카타르와 가스전을 공유하고 있는 이란도 가스전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프랑스 토탈은 이란과 지난 3일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제11공구 개발사업에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계약에 서명했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우드맥킨지의 프랭크 해리스 애널리스트는 “카타르가 증산 계획을 이행하면 더 많은 천연가스가 공급될 것”이라며 “시장에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지만 이번 발표는 천연가스 시장보다 역내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아랍권과의 갈등
사우디 등 아랍권 4개국은 카타르가 단교 해제 요구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아랍권 4개국 외무장관들은 5일 이집트 카이로에 모여 추가 제재 도입 여부를 논의했다. 추가 제재 방안으로는 카타르 투자 철회를 비롯해 강화된 통상 금지, 공중 봉쇄 작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금융정책을 공유하는 지역공동체인 걸프협력회의(GCC)에서 카타르를 퇴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들 4개국은 지난달 22일 카타르에 극단주의 세력 지원 중단,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국 폐쇄, 이란과의 절연 등 외교관계 회복 선결 13개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카타르는 지난 3일 중재 역할을 하고 있는 쿠웨이트에 공식 답변을 전달했다.

답변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카타르가 대부분의 선결 조건 수용을 거부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셰이크 무함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이날 영국 런던 채텀하우스(싱크탱크)를 찾아 “우리는 가스전을 공유하는 이란과 더불어 살아야만 한다”며 사우디 등 아랍권이 요구한 이란과의 우호 관계 단절을 거부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어 “사우디 등의 국경 봉쇄는 명백한 (주권) 침해이며 국제 조약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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