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청장 가운데 유일한 기업인 출신
1년6개월동안 30만㎞ 강행군

"중소벤처기업부 숙원 이뤄 뿌듯 중기정책 부처간 협업·소통 중요"
“중소기업을 직접 찾아가 보면 1년 만에 상황이 확 달라져 있어요. 공무원은 ‘내가 잘 안다’는 생각을 버리고 늘 현장을 찾아야 합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고별 기자간담회를 연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사진)은 홀가분한 동시에 뿌듯한 표정을 내비쳤다. 1년6개월간 비교적 장수하면서 업계 숙원이던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이뤄낸 마지막 ‘중소기업청장’(제14대)으로 남게 됐기 때문이다. 역대 중기청장 중 유일한 ‘기업인’ 출신이란 기록도 갖게 됐다.

1960년 7월 상공부의 중소기업과로 출발한 중기청은 1996년 통상산업부 중소기업국에서 떨어져 나왔다. 올해로 개청 21주년을 맞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 신설과 함께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주 청장은 “지난해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을 때 중기청 직원들이 123개 입주 기업을 일일이 찾아다닌 일이 기억에 남는다”며 “화를 내고 절망하는 기업인을 다독이고 기업 전수조사를 벌였는데 저도 상황이 좋지 않은 약 50개 기업을 직접 찾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재임 중 ‘지원’ 일색의 중소기업 정책을 ‘경쟁력 강화’와 ‘육성’으로 바꾸고, 내수시장에 머무는 중소기업인에게 해외 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주 청장은 “불과 1년여 사이에 개성공단에 입주한 상당수 봉제업체가 서울 창신동 등을 거쳐 다시 동남아시아로 이동한 것으로 안다”며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중소기업 정책도 결국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청장은 1년6개월간 재임 기간 중 현장을 많이 찾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주중·주말 가리지 않고 지방산업현장을 돌면서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을 만났다. 중기청 관계자는 “재임 중 약 500회, 거리로 환산하면 약 30만㎞(지구 7.7바퀴)를 이동하면서 산업현장을 찾았다”고 귀띔했다.

주 청장은 1980년 대우전자에 입사한 뒤 제너릭일렉트릭(GE)그룹의 GE서모메트릭스코리아 대표와 현대오토넷 대표 등을 지냈다. 기업을 떠나서는 지식경제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 주력산업 총괄 매니징디렉터(MD),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관료로는 드물게 기업과 학교를 모두 거친 셈이다. 작년 1월 중기청장으로 취임한 뒤 ‘현장’ ‘기술’ ‘경쟁력’ 등을 유난히 강조한 배경이다.

그는 신설될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주 청장은 “중소·벤처기업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거의 모든 부처와 연결된 것이 특징”이라며 “중소벤처기업부 혼자서는 효율적으로 정책을 펼 수 없는 만큼 부처 간 협업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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