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쿨러·전기레인지 등 가전 '가성비 수요' 공략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첫 자체상표(PB) 상품으로 ‘오로타’란 이름의 에어쿨러(냉풍기)를 내놨다. 홈쇼핑업계 최초의 가전 PB 상품이었다. 방송 시작 39분 만에 준비한 2800여 대를 모두 팔아 치웠다. 구매를 못한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수백 통 걸려왔다. 현대홈쇼핑은 물건을 더 구해 오는 8일 또 방송하기로 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여름 동안엔 매주 방송 시간을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쇼핑과 대형마트 등 유통회사들이 직접 기획해 만든 PB 가전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에어쿨러부터 전자레인지, 세탁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마트의 지난 4~5월 전자레인지 부문 판매 1위는 4만9800원짜리 ‘노브랜드 전자레인지’였다. 노브랜드는 이마트의 PB다. 이마트는 4월 출시한 뒤 두 달 만에 준비한 4000여 대를 모두 팔았다. 재고가 없어 지난달 2000여 대를 추가로 만들어 매장에 들여놨다.

롯데하이마트에선 이 회사의 PB ‘하이메이드’ 에어컨과 세탁기 판매가 크게 늘었다. 올 1월 내놓은 ‘6평형 에어컨’은 6월까지 7000여 대가 판매됐고, ‘6㎏세탁기’는 처음에 준비한 물량 1500대가 2개월 만에 완판됐다.
유통 업체들의 PB 가전이 잘 팔리는 것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점을 제대로 파악해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획력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현대홈쇼핑은 PB 상품 기획을 위해 약 20명의 상품기획자(MD)를 투입했다. 잘 팔릴 만한 상품을 고르는 게 주 업무인 MD에게 상품을 직접 만들게 한 것. 이들이 처음 개발한 에어쿨러는 소비자의 불편함을 개선한 제품이다. 선풍기보다 시원하고 에어컨에 비해 전기요금 부담이 적은 에어쿨러가 결정적 단점 탓에 안 팔린다고 봤다. 바로 주기적인 물통 교체였다. 이들은 중소 가전업체 보국전자와 손잡고 물을 교체하지 않는 에어쿨러를 개발해 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전자레인지는 ‘데우기’와 ‘해동’ 기능밖에 없다. 나머지 잘 안 쓰는 기능은 모두 없앴다. 대신 값을 4만원대로 확 낮췄다. 평균 10만원을 웃도는 전자레인지의 반값이다. 이마트는 이처럼 기능은 축소하고 값을 낮춘 오븐 토스터, 침구 청소기 등을 줄줄이 내놨다. 롯데하이마트도 기존 대형가전의 크기와 용량을 줄이고 값은 낮추는 전략으로 가전 PB 상품 판매를 늘리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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