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르는 초대형IB 시대
(1) 격전지로 떠오른 기업금융 시장

2019년까지 총 35조원 조달…57%를 기업금융에 투입 예정
다양한 만기·금융 서비스 제공…기존 은행 고객 끌어들일 것
조달액의 1.45%P 이자마진 목표
초대형 투자은행(IB) 업무 인가를 앞둔 국내 5개 대형 증권사는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금융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중견기업 금융을 둘러싼 은행과 초대형 IB 간 격돌이 예상된다.

◆기업금융에 20兆 투입

5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가 미래에셋대우, NH투자, KB, 삼성, 한국투자증권의 사업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초대형 IB 후보는 기업금융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금융업무(발행어음 조달) 인가 후 2019년까지 총 35조원을 조달해 이 중 57%인 약 19조9500억원을 기업금융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투자대상별로는 중위험(신용등급 A급 이하) 채권이 3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중견기업 대출이 24%로 뒤를 이었다. 기업금융 자산의 절반 이상을 직접적인 중견·중소기업 여신에 할당하겠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인수금융(20%),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 구조화금융(6%), 신성장산업 지분 및 메자닌(CB·BW) 투자(2%) 등이다.

초대형 IB가 기업금융시장에 새로 공급할 자금 규모는 예금은행의 중견·중소기업 여신 잔액인 약 340조원의 6% 수준에 불과하다. 금액은 적지만 서비스를 차별화해 시장을 잠식한다는 게 증권사들 복안이다. 초대형 IB를 준비 중인 한 증권사 기업금융총괄 임원은 “은행들이 수익을 많이 내는 중견기업 여신 분야가 핵심 공략 대상”이라며 “다양한 만기별로 경쟁력 있는 금리 서비스를 제공해 기존 은행 고객을 끌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률 높은 운용처 발굴이 관건”

각 사 사업계획에 따르면 5대 증권사는 수익 목표를 은행과 비슷하게 잡았다. 평균 목표 수익률은 발행어음 조달비용보다 1.45%포인트 높다. 연 2% 수준의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연 3~4%대 수익을 내는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챙긴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목표 수익률은 은행들의 예금·대출 금리 차인 순이자마진(NIM)과 비슷하다. 올 1분기 국내 은행의 평균 NIM은 1.58%포인트였다.

증권사들의 조달비용(발행어음 금리)이 은행(예금 이자)보다 비싼 만큼 가장 ‘짭짤한’ 중견기업 금융에 집중해 목표 수익률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예금은행의 중견·중소기업 신규 대출 평균 금리는 연 3.66%다. 대기업은 이보다 낮은 연 3.11%다.

권대정 한국신용평가 금융2실장은 “초대형 IB의 조달비용이 은행보다 비싼 만큼 수익률이 높은 운용 대상을 찾는 게 관건”이라며 “출범 초기엔 발행어음 투자자들에게 경쟁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마진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기업금융과 별도로 한도를 관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부동산 금융 비중을 늘려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도 활용할 방침이다. 초대형 IB 후보 다섯 곳 중 두 곳은 부동산 금융 비중을 한도인 30%(발행어음 잔액 대비)까지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열 가다듬는 증권사들
증권사들은 초대형 IB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대출 인력을 확충하는 등 은행과의 경쟁을 위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대표 직속으로 초대형 IB 추진단을 꾸리고 20명에 가까운 인력을 확보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각각 종합금융투자를 담당하는 상설 조직을 새로 만들고 대출 전문인력 등을 채용 중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경영기획총괄 부사장은 “새로운 기업금융 수요가 늘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다른 금융권과 맞붙을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대출 경험을 가진 인력을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은 계열 은행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면서 기업금융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NH투자증권은 구조화금융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KB증권은 은행 대출이 어려운 중견·중소기업 등 ‘틈새시장’을 살펴보고 있다. 김성현 KB증권 IB총괄본부장(부사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견·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성장의 길목에서 기업공개(IPO) 등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했다.

■ 발행어음

증권사나 종합금융회사가 영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은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태호/서기열/이고운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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