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르는 초대형 IB 시대

5곳중 1곳만 신성장산업 관심
"유동성 규제·위험관리 등 부담"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출범하더라도 당장은 신성장산업 주식 투자와 같은 모험자본 공급 역할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채(발행어음)로 조달한 자금의 손실 위험을 관리하는 동시에 유동성 규제 비율까지 맞춰야 해서다.

5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초대형 IB 지정 대상 5개 증권사 가운데 주요 투자 대상으로 ‘신성장산업 지분·메자닌(CB·BW 등 주가연계사채)’을 꼽은 회사는 한 곳에 불과했다. 해당 증권사의 예상 투자금액도 기업금융 할당(전체 발행어음 조달금액의 50% 이상) 자금의 10%에 그쳤다.

나머지 증권사는 대부분의 자산을 중견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형식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문을 통해 ‘주력할 기업금융 대상 세 곳과 각각의 투자비중’을 물은 결과다. 5개 증권사는 2019년까지 약 20조원을 기업금융에 쏟아부을 계획이지만 주식 관련 투자는 1조원을 넘기기 어렵다는 의미다.
주식 관련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는 발행어음을 통한 투자의 특성상 엄격한 위험 관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초대형 IB는 고객을 대상으로 연 2% 안팎의 이자를 약속하고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에 조달한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신용(부도) 위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등 만기가 긴 자산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설문에 따르면 초대형 IB는 발행어음의 평균 잔존만기(듀레이션)를 6개월로, 투자자산의 평균 만기를 1년5개월 정도로 예상했다. 발행어음 환매에 대비해 현금화가 쉬운 자산도 35% 이상 유지해야 한다. 한 증권사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이자비용이 발생하는 부채로 조달한 자금을 주식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며 “초대형 IB는 적정한 금리 마진을 꾸준히 얻을 수 있는 안전 자산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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